‘그래서 로봇은 언제 팔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우리는 ‘아크’를 팔기로 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우리가 말하는 로봇은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로봇이 아니다.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한 뒤 어쩔 수 없이 테이블을 옮겨야 하는 상황을 예로 들겠다. 지금의 로봇은 특정 공간에서 주어진 업무만 수행할 수 있어서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우리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져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자 한다.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이사가 8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클라우드 강남오피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크 상용화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8일 ‘아크’ 상용화를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연내 제2사옥 ‘1784′와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에서 실사용 및 개선 작업을 거쳐 내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아크는 네이버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한다는 목표로 AI·로봇·클라우드 기술을 통합해 만든 시스템이다. 3차원 측위를 하는 AI 기술, 즉 ‘비주얼 로컬리제이션’ 기술을 통해 실제 공간을 디지털 형태로 클라우드에 복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로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아크 상용화를 통해 로봇 산업의 기반이 될 기술을 기업들과 공유, 누구나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네이버는 아크 구축의 목적으로 실내에서 고정밀 지도(HD맵) 생성이 가능한 로봇 ‘M’ 시리즈를 개발하고 네이버클라우드를 ‘이음5G’ 1호 사업자로 등록했다. 이음5G란 통신사가 아닌 사업자가 특정 지역이나 건물 등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주파수(4.7㎓, 28㎓)를 할당받아 만든 5G 네트워크를 말한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이사는 “‘앞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곳은 어딘가’에 대해 고민한 끝에 ‘생활 공간’이란 결론을 내렸다”며 “이를 위해 먼저 바퀴 달린 실내 측위 로봇 M1과 M2를 개발했고, 이후 계단 등 표면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도 측위가 가능한 로봇 T2-B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T2-B는 배낭 모양으로 만들어져 사람이 직접 등에 메고 이동해야 한다.

실외 공간을 측위할 땐 차량 시스템 ‘R’ 시리즈와 항공기를 동원한다. 도로를 직접 주행하며 수집한 데이터와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결합하는 식이다. 석 대표는 “네이버는 이제까지 이들 도구를 활용해 국립중앙박물관과 1784, 부평역 인근 등 실내외 공간을 측위하는 데 성공했다”며 “실내 측위 기술의 경우, 네이버가 최초로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실시한 인증 시험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고 말했다.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이사가 8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클라우드 강남오피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크 상용화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측위한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박원기 네이버클라우드 대표이사는 “이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현존하는 네트워크 중 가장 속도가 빠른 이음 5G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 하드웨어를 없애 로봇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로봇들의 두뇌를 클라우드로 대체하면 수십대를 한꺼번에 관리·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까지 마쳤다면, 다음 수순은 서비스 제공이다. 석 대표는 “로봇이 돌아다니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어떤 작업이든 수행할 수 있는 손과 팔이 필요한데, 네이버랩스는 이에 양팔 로봇 ‘엠비덱스’와 그림 그리는 로봇 ‘아르토원’을 개발 중이다”라고 했다. 그는 “엠비덱스의 경우, 정밀한 작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운동 지능, 쉽게 말해 ‘손맛’을 가르치고 있다”며 “설거지를 하고 당근을 깎는 단계를 넘어 현재는 의자를 조립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나사가 볼트를 조이는 힘을 인식해야 가능한 작업인 만큼 굉장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미 의료, 공항, 물류 등 분야에서 아크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며 “아크는 많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기술의 대중화와 미래의 현실화를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아크 구매 의사를 밝힌 의료 기관들은 ▲로봇을 통해 의약품 및 병원식을 운송하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협진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들은 디지털 트윈 기술로 ▲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디지털 활주로를 구현해 관제사를 훈련하는 방안을, 물류 기업들은 ▲AI 폐쇄회로(CC)TV를 이용해 사각지대에서의 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