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넷마블 제공

국내 게임사들이 1분기 일제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인건비를 지난해부터 대폭 인상한 것이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며 영업이익 등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개발자 몸값 출혈 경쟁 속에 게임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컴투스는 13일 올해 1분기 영업손실 26억58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영업이익 177억원)와 비교해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컴투스그룹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C2X을 처음 적용한 게임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의 글로벌 일일사용자수(DAU)가 이전 대비 400% 성장하는 등 핵심 게임이 견조한 성과를 유지하면서, 컴투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한 13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1분기 최고 매출이다. 그러나 인건비가 384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2.3% 증가하는 등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37.3% 늘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넷마블도 전날 부진한 성적을 내놓았다. 넷마블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542억에서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1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회사는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대형 신작 부재와 기존 게임의 매출액 하향 안정화를 꼽았다. 특히 영업비용은 6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했고, 인건비는 18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3% 증가했다.

위메이드는 1분기 매출이 분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으나, 인건비가 3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위메이드는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의 국내외 안정적 매출과 선데이토즈 연결 편입에 따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131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7% 줄어든 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증권가 전망치인 12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157% 급증한 1245억원을 기록했으며, 그중 인건비는 4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펄어비스는 최근 중국에서 선보인 ‘검은사막 모바일’의 예상치 못한 부진 등을 배경으로 올해 1분기 매출이 9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4% 감소했다.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8% 줄어든 862억원이며, 이 중 절반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전년 동기 363억원에서 436억원으로 50.6% 증가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뉴스1

주요 게임사가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배경에는 기존 게임 매출 하향세나 신작 부재뿐 아니라 과열된 정보기술(IT) 업계 개발자 인재 영입 전쟁에 따른 과도한 인건비 지출이 있다. 게임산업은 설비 투자가 많은 제조업과 달리 인건비 외에는 고정비가 많지 않다. 대신 개발자 의존도가 높아 인건비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임사가 지난해부터 우수 개발자 유치를 위해 연봉을 대폭 인상한 데 따른 고정비 상승이 회사 실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넥슨이 신입 개발직 초봉을 5000만원으로 올리고 기존 직원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씩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게임업계에선 연봉 인상 행렬이 이어졌다.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등도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올렸다.

게임사는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신규 흥행작을 시장에 내놓아 연내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가 출혈을 감수하고 연봉을 인상하며 개발자를 확보하려는 것 역시 결국 흔히 킬러 지식재산권(IP)이라 불리는 신규 흥행작을 만들기 위해서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전날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등 신작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라며 “현재 붉은사막은 10분 이상의 플레이 영상을 만들고 있는 중으로 올해 중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이날 “2분기부터는 ‘제2의 나라(글로벌)’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작을 출시할 것이기 때문에 매출 부분은 개선될 예정이다”라며 “다만 그에 따른 마케팅비와 인건비 상승분 등의 영향이 있어 수익성 개선은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1일 “더 공격적으로 전략을 실행해야 할 때여서 앞으로 인건비 총량은 더 오를 것이다”이라면서도 “다만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무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재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