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 대외적 불안정성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애초 계획된 생산량 확대 계획을 유지한다면 낸드플래시 시장에 공급 과잉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 웨이퍼 가격이 올해 2분기보다 5~10%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이달 낸드플래시 웨이퍼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하반기에는 낸드플래시 웨이퍼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다”라고 했다. 또 트렌드포스는 “클라이언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내장형 메모리(eMMC),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 등 제품 가격이 2분기보다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보합세를 보일 것이다”라고 했다.

업계는 지난 2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반도체 공장에 오염 문제가 발생하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인플레이션 우려, 중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가전 수요가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노트북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증가했던 소비자용 노트북 수요가 사무실 근무 전환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전체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생산량 역시 중국 정부가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기업들이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기존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전반적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일부 제조업체의 증산으로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이다”라며 “다양한 낸드플래시 제품의 가격이 그대로이거나 하락할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중국 시안 봉쇄로 낸드플래시 공장이 잠시 중단되면서 낸드플래시 생산에 차질을 빚었지만 현재 기존 생산량 확대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후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양쯔메모리 테크로놀로지(YMTC)도 하반기 낸드플래시용 웨이퍼 투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승우 유신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도시 봉쇄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사태 등으로 인해 PC 등 세트업체 상황이 좋지 않으며 하반기에 강력한 모멘텀이 등장해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공급과잉 위험이 시장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거시적인 경제 이슈가 장기화되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영역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공정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공정에 필요한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필요해 시장조사기관의 전망보다 낸드플래시 공급이 느려져 공급과잉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