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공동센터장,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남궁훈 대표이사가 지난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카카오

카카오가 올해 연말까지 134개에 달하는 국내 계열사 수를 100개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가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한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골목상권 침해’ 관련 계열사 외에도 비슷한 콘텐츠제작사(CP)끼리 일단 묶고 보는 ‘주먹구구식’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에서는 각 계열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9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와 경영 효율화,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계열사를 정리해나가고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30~40개 정도를 줄여 100여개의 계열사만 남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단순히 수를 세는 대신 이들이 어떤 곳인지를 봐달라”며 “134개 중 80여개는 국내 창작 생태계를 확장하고 웹툰, 웹소설, 게임 등 K-콘텐츠의 글로벌 확대를 위해 인수한 CP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계열사 수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2020년 97개에서 2021년 118개로 늘었다. 이 숫자는 다시 지난해 말 기준 134개가 됐다.

카카오는 이후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꽃·간식·샐러드 배달 사업에서 철수했다. 돈을 추가로 내면 카카오 택시에 더 빨리 승차할 수 있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도 폐지했다. 미용실 중개 사업의 경우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이 필요해 늦어지고 있지만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통폐합되는 계열사보다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CP가 더 많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회사가 제시한 ‘연내 100개 이하’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CP 간 불편한 동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CP는 대다수가 직원 수 10인 미만의 소규모 창작 집단이다.

한 관계자는 “회사가 얼추 비슷해 보이는 CP는 다 합치고 있다”며 “CP는 각자 업무 방식도, 추구하는 방향도 다른데 이렇게 대충 묶으면 능률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런 식의 개편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시즌1 포스터와 카카오 웹툰 원작 '술꾼 도시 처녀들' 이미지. /각사 제공

카카오는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웹툰·웹소설 플랫폼 사업 영역을 해외로 확대하기로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미국·아세안·중화권·인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해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현재 수준 대비 3배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독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슈퍼 IP’를 발굴하는 데 지난 수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슈퍼 IP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재생산이 가능한 IP를 일컫는다.

따라서 슈퍼 IP를 생산해야 할 CP 간 불협화음이 커지면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에는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카카오가 유통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CP와의 계약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는 최근 간담회에서 “지금은 계열사가 각자 진출해 생존하는 방식이지만 이제는 그룹 차원의 중앙집중적인 해외 전략을 펼쳐야 하는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수를 줄여 ‘골목대장’ 오명을 벗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체계를 정비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