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의 플렉시블 OLED 모습. /BOE 제공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최근 애플과 올해 10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4용 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그동안 구형 아이폰에 사용하는 교체용(리퍼비시) OLED 패널을 애플에 제한적으로 공급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아이폰 신제품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것이다. 아이폰용 OLED 패널 100%를 공급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5일 전자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BOE는 이달 초 애플과 아이폰14용 OLED 공급 계약을 체결, 오는 6월부터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한다. 아이폰14 일반 모델에 탑재되는 6.1인치 저온폴리실리콘(LTPS·Low Temperature Poly Silicon) 박막트랜지스터(TFT·Thin Film Transistor) OLED다. 공급 규모는 최대 5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14 디스플레이 공급량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동안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100% 사용했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3의 경우 전체 1억600만대의 OLED 패널 중 73%에 해당하는 7700만대를 삼성디스플레이가 납품했다. LG디스플레이는 27%인 2900만대를 공급했다. 반면 BOE는 아이폰 수리에 사용하는 교체용 OLED 패널을 제한적으로 납품했다.

아이폰14 프로맥스 예상 이미지(IT팁스터 쉬림프애플프로 트위터 갈무리). /뉴스1

BOE가 아이폰14용 OLED 패널 납품에 들어간 배경에는 애플의 공급사 다양화 전략이 있다. 애플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기술을 구현한 업체라면 어디라도 거래하고 있다. 공급사가 늘어나면 제품 수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 공급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BOE와 손잡았다’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X에 OLED가 처음 적용된 지난 2017년부터 한국 업체들의 높은 비중에 우려를 나타냈다”라며 “BOE가 만든 OLED 패널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공급사 다변화 전략을 완성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다만 애플은 아이폰14 일반 모델에 적용되는 패널로 BOE의 공급을 제한했다. BOE가 올해 초부터 아이폰 프로 모델에 들어가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Low-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 TFT OLED 양산을 시작했지만 기술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TPO TFT OLED에서는 여전히 한국과 중국 업체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라며 “BOE가 아이폰15(가칭)에 LTPO TFT OLED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했다.

BOE의 LTPO TFT OLED 패널을 사용한 아너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매직4 프로 모습. /아너 제공

BOE가 지난 2월부터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이폰용 OLED 생산량이 급감, 아이폰14용 공급 물량 5000만대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BOE의 올해 아이폰용 OLED 생산량이 절반 수준인 3000만대를 밑돌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BOE는 현재 LX세미콘의 DDI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DDI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애플의 통제를 받는 LX세미콘이 애플의 요구에 따라 LG디스플레이에 아이폰 OLED용 DDI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BOE의 빈자리를 기존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가 채울 수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공급사 다양화 전략보다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BOE는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BOE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은 지난 2019년 5.6%에서 2020년 8.7%, 지난해 10.5%로 늘었다. 옴디아는 BOE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4.8%, 15.5%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