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틔운은 2개의 선반이 위·아래에 있고, 각 선반마다 3개의 씨앗키트를 심을 수 있다. 씨앗키트 1개에 총 10개의 식물이 자라는 만큼 한번에 최대 60개의 모종 수확이 가능하다. /윤진우 기자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마리골드꽃과 청경채, 루콜라를 집에서 직접 키우는 ‘식물 집사’다. 키우던 고양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모임까지 줄면서 혼자 지내던 일이 많던 그는 최근 가정용 재배기로 식물을 키우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모임과 야외활동이 줄어들자 집에서 반려(伴侶)동물 대신 식물 키우기를 취미로 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식물 키우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16일 소셜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달(3월 15일~4월 14일)간 블로그와 트위터 등 SNS 내 ‘반려 식물’ 언급량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상승했다. 인스타그램에 ‘반려식물’과 ‘홈가드닝’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각각 87만개, 40만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이런 관심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홈 가드닝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1~3월에도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70% 오르는 듯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를 겨냥해 가전 업계에서는 신(新)가전 중 하나로 가정용 식물재배기를 내놓고 있다.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각종 씨앗 구독부터 전문 인력의 방문 관리까지 이뤄진다.

LG전자의 식물재배기 LG 틔운은 가로·세로폭이 각각 59㎝, 높이는 80㎝로 소형 냉장고보다 크다. 무게는 70㎏으로 성인 남자 2명이 들어야 움직일 수 있다. /윤진우 기자

가정용 식물재배기는 물과 빛 등을 자동으로 공급해 소비자가 손쉽게 실내에서 채소, 꽃 등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기기다. 식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교감을 기반으로 한 취미·여가 활동은 물론,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의미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or)’까지 활용된다. LG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LG 틔운’과 교원그룹의 생활가전 브랜드 웰스가 2017년 출시한 ‘웰스팜’이 대표적이다.

김광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과장은 “코로나19 이후 ‘반려 식물’이 주목받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우울을 느끼는 사람이 식물을 보고 정성을 들이는 행위를 통해 불안 해소 등 ‘정서적 풍요’를 느끼기 때문이다”라며 “식물이 시각, 촉각 등 감각 기능을 기반으로 인간과 반려동물처럼 교감할 수 있는 짝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반려식물에 대한 높은 수요는 관련 특허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식물재배기 관련 특허출원은 총 216건으로 161건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34.2% 늘었다. 이미 식물재배기를 출시한 LG전자와 교원이 최근 5년간 특허 출원 건수가 많았다. 또 네 번째로 특허 출원이 많은 SK매직은 지난 2020년 가정용 스마트 식물재배기 연구개발(R&D) 업체 에이아이플러스를 22억원에 인수한 후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CT) 전시회 ‘CES’에서 식물재배기를 공개했다.

LG전자 ‘틔운’은 흙과 햇빛 없이 물과 영양제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水耕栽培·흙 없이 작물을 키우는 농법) 방식을 택하고 있다. 틔운에 씨앗키트를 설치하면 발아부터 수확까지 자동화된 식물 재배의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소형냉장고 크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크기를 축소한 ‘틔운 미니’는 기본적인 재배 방식은 같다. 지난 3월 출시됐으며 초도 물량 1000대를 6일 만에 모두 팔았다.

교원이 출시한 소형 식물재배기 웰스팜 미니 모습. /교원 제공

교원그룹 웰스의 웰스팜은 2017년 국내 최초로 출시됐다. 씨앗이 아닌 채소 모종을 2개월마다 배송받아 수경재배 방식으로 키운다. 웰스 판매량은 2019년 6000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 누적 2만5000대를 넘었고 현재는 누적 5만대를 돌파했다.

기기만 판매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가전 업체들은 정기 렌털(임대) 서비스로 식물 키우기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LG전자는 씨앗키트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렌털 서비스인 케어솔루션을 이용하면 3개월마다 관리 인력이 가정을 방문해 환기·정수필터 교체, 위생관리, 성능 점검 등을 해준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앱) ‘LG 씽큐’를 통해 물보충, 솎아내기, 수확시기 등을 확인하고, 재배 환경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교원 역시 모종을 2개월마다 정기배송한다. 전담 설치기사가 방문해 모종을 심어주고 2개월마다 방문해 모종 교체와 제품 점검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