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로고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가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처음으로 분기 기준 2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도 10조원에 근접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7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파운드리 부문은 7조원 안팎의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보다 3배 더 잘 벌었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TSMC의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5일 TSMC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 4911억대만달러(약 20조7980억원), 영업이익 2238억대만달러(약 9조478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5%, 영업이익은 48.7% 늘어난 규모다.

TSMC의 올해 1분기 반도체 생산량은 12인치(300㎜) 웨이퍼 기준 377만8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12.5% 늘어난 수치다. TSMC는 “반도체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생산량이 1년 새 10% 넘게 뛰었다”라며 “수요에 비해 생산 능력이 부족한 상태다”라고 했다.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0%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에서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세 공정 개발이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라고 했다. 업계는 TSMC의 미세 공정 매출 비중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TSMC 12인치 웨이퍼 팹 모습. /TSMC 제공

고성능컴퓨팅(HPC) 매출 비중이 41%로 가장 컸다. 처음으로 스마트폰(40%)을 넘어선 것이다. 미세 공정이 고성능컴퓨팅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TSMC의 미래 먹거리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시에 고성능컴퓨팅 비중이 높은 애플과 AMD가 TSMC의 최대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도 분석할 수 있다.

TSMC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공급망이 중단되면서 완성품 업체가 반도체 칩과 기타 부품 비축량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시장이 걱정하는 파운드리 가격 인하는 없다고 TSMC는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칩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TSMC를 포함한 파운드리 업체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파운드리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TSMC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가격 인하는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한편 업계가 전망하는 TSMC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73억달러(약 21조2360억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고다.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에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TSMC는 고부가가치 공정 비중을 확대하면서 매출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라며 “당분간 견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