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스마트폰 핵심부품에 해당하는 칩, 디스플레이에 대한 중국, 대만 등 중화권 부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부품 조달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또 각종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야스오 나카네 일본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주최한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BOE와 CSOT로부터 갤럭시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각각 350만대, 300만대를 조달할 것이다”라고 했다.

나카네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예상 물량을 1억5550만대로 잡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 중 96%(1억4900만대)를 담당하고, BOE와 CSOT가 각각 2%(350만대·300만대)씩 맡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삼성디스플레이 비중이 높지만, BOE와 CSOT의 삼성전자 공급은 중국 업체 비중이 커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OLED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앞지르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벌여왔고, 삼성전자 공급망 진입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시장용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M 시리즈. 삼성전자는 하반기 갤럭시M 신제품 일부 모델에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BOE의 패널을 쓸 전망이다.

CSOT는 현재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판매하는 갤럭시M 시리즈의 디스플레이도 일부 공급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각) CSOT 인도 공장에서 만든 OLED 패널이 첫 선적식을 가졌다. 삼성전자가 해외 제조사의 OLED 패널을 장착한 것은 CSOT가 첫 사례다. CSOT는 중국 가전회사 TCL의 디스플레이 자회사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을 가동 중으로, 이 공장에서는 연간 1억2000만대의 휴대전화를 만들고 있다.

BOE와 CSOT는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A37의 디스플레이 개발과정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A37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판매량이 많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BOE와 CSOT의 OLED 패널이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술력도 갖춘 것으로 본다.

앞서 BOE는 애플 아이폰용 OLED 공급망에 진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이은 제3의 패널 공급사다. 지금까지는 수리·교체용 OLED 패널을 납품했지만, 앞으로는 신품에도 BOE의 OLED 패널이 사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의 두뇌로 대만 미디어텍의 통합칩(SoC) 디멘시티를 검토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갤럭시S22 FE(팬에디션)는 제품의 절반을, 갤럭시S23(가칭)은 아시아 지역 판매 제품에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텍 디멘시티9000. /디멘시티 제공

삼성전자는 그간 미디어텍의 칩을 중저가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에 장착해 왔지만, 플래그십(최상위 제품)인 갤럭시S에는 퀄컴과 삼성 LSI사업부의 것을 주로 써왔다. 장착이 확정될 경우 플래그십에 디멘시티가 장착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불안하고, 스마트폰 칩은 미세공정 경쟁으로 수량 확보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공급망 안정을 위해 칩 공급처를 퀄컴과 삼성 LSI사업부에서 미디어텍까지 삼원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칩으로 시장 확대를 도모하던 미디어텍은 최근 플래그십 칩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성능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채택율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 갖추기 위해 미디어텍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글로벌 모바일 칩 시장에서 26.3%의 점유율로 퀄컴(37.7%)에 이어 2위다. 전체 출하량의 95%를 중저가 칩으로 채웠으나, 최근 내놓은 최고 성능 칩 디멘시티9000이 호평을 받으면서 관심이 늘고 있다. 이 칩은 대만 TSMC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핵심부품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중화권 기업은 그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시도해 왔는데,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삼성전자의 전략과 부합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