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이면 62조원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국내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하고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19일 게임 전문 벤처캐피털 기업 비트크래프트에 따르면 지난해 15억달러(약 1조8600억원) 규모였던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2025년 500억달러(약 6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00%다. 이는 같은 기간 PC나 콘솔 등 전통적인 플랫폼 게임 시장이 연평균 9%,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플랫폼 게임이 30%씩 성장하는 것과 비교해 큰 폭의 성장세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 1월 열린 조선비즈 주관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에릭 시어마이어 갈라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240조원으로 추정되는 게임 시장에서 블록체인 게임이 주류로 올라설 경우 1200조원으로 규모가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갈라게임즈는 월간 사용자수가 180만명을 넘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으로, 갈라(GALA)라는 가상화폐를 운영 중이다.

국내 게임 업계 또한 블록체인 게임과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폭발적인 시장 확대를 대비한 선점 기회를 노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사는 위메이드(위믹스), 컴투스(C2X), 카카오게임즈(보라), 넷마블(MBX), 네오위즈(NPT) 등이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도 관련 산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게임의 세계 시장 출시를 위해 익숙한 IP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외에서 시스템적으로 가장 잘 짜여진 블록체인 게임을 선보이고 있는 회사는 위메이드다. 미르4 글로벌 버전에 블록체인 경제를 도입해 전 세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미르 IP가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이 어느 정도는 담보돼 있다는 평가다.

위메이드는 연내 100종 이상의 게임에 위믹스 플랫폼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른 회사의 게임 IP를 확보하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르 IP를 활용한 추가 게임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오는 29일 정식 출시된다. /카카오게임즈 제공

카카오게임즈는 가상화폐 보라를 활용한 생태계 구성에 들어갔다. 사업을 주도할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의 이름은 메타보라로 바꾸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최고 히트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블록체인 게임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오딘을 개발한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최근 블록체인 개발자를 충원 중이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지난 1월 발표된 ‘보라 2.0′의 협력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딘은 16일 대만 쇼케이스가 예정돼 있다. 본격적인 글로벌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해외에선 리니지를 이긴 게임으로 유명한데, 상당한 인지도를 쌓였다는 평가다. 강력한 글로벌 IP 하나를 확보한 셈이다.

엑스엘게임즈가 14일 인기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의 글로벌 블록체인 버전을 7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엑스엘게임즈 제공

여기에 엑스엘게임즈가 오는 7월 선보일 게임 ‘아키월드’로 보라로 서비스한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함께 ‘바람의나라’를 개발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직접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아키월드는 해외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아키에이지’ IP에 기반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의 북미, 유럽 유통사이기도 하다.

컴투스 역시 글로벌 IP로 거듭난 ‘서머너즈워’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전개한다. 먼저 지난해 출시한 ‘서머너즈워: 백년전쟁(백년전쟁)’을 블록체인화한다. 백년전쟁은 이용자끼리 몬스터 카드를 가지고 대결하는 게임 방식이다. 이 몬스터 카드를 대체불가능한토큰(NFT)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컴투스의 계획이다. 또 스테디셀러인 ‘거상M 징비록’, ‘낚시의신’ 등을 블록체인 게임으로 만든다. 오는 3월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서머너즈워: 크로니클’도 해외에선 블록체인 경제를 도입한다.

블록체인 게임 소개하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 /연합뉴스

자체 IP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넷마블은 MBX(마블렉스)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면서 자체 IP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넷마블이 가장 기대를 거는 건 ‘모두의마블’ IP다. 모두의마블은 ‘땅따먹기’와 같은 게임성을 갖고 있어 부동산 기반 메타버스를 구현, 여기서 NFT 땅을 사고파는 것으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스튜디오지브리풍의 MMORPG ‘제2의나라’ 역시 블록체인 게임화를 노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의 블록체인화를 공식화하고 있다. 오는 3분기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얹은 리니지W를 출시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 어떤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할 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알려진 것처럼 NFT를 활용한 ‘돈 버는 게임(P2E)’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게임 내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에 있어 엔씨소프트는 어느 게임 회사보다도 탁월한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게임 내 경제, 균형, 게임 재화의 가치 안정성을 흔드는 NFT 도입은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W 포스터. /엔씨소프트 제공

‘배틀그라운드’ IP를 보유한 크래프톤 역시 블록체인에 뛰어든다. 배틀그라운드 개발로 얻은 노하우를 메타버스로 구현하고, 여기에 NFT 기반의 블록체인 경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와의 업무협약도 맺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는 형태(P2E)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며 돈도 벌 수 있는 형태(P&E)로 진화할 전망이다”라며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함과 동시에 MMORPG 개발에 강점을 지니고 방대한 이용자 집단을 확보한 게임사가 유리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