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발사되고 있다. 누리호는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5월 취임 직후부터 임기 내내 연이어 과학기술 리더십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른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한 달 후인 6월 15일 최초의 국산 발사체(로켓) 누리호의 2차 시험발사가 이뤄진다. 이를 시작으로 한국 최초의 달궤도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등 대형 과학 프로젝트의 중요한 관문이 임기 내 예정돼 있다.

특히 누리호 발사가 임박한 만큼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과학기술 분야에 최우선으로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연구자·개발자·기업가·행정가가 참여해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세우는 대통령 직속 민·관 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하고 과학기술 전문가를 정부부처 고위직에 최대한 중용하겠다고 공약했다. 후보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전문성을 살려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우주 정책과 관련해선 미국 항공우주국(NASA)처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항공우주청’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국가 안보 및 미래 핵심 경쟁력을 위해 세계는 우주산업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우주 산업 규모는 2020년 3710억달러(약 458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57조원)로 확대될 걸로 예상된다”라며 한국의 7대 우주강국 도약을 약속했다.

누리호 프로젝트는 인공위성과 우주탐사선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다. 2010년 개발 착수부터 올해 2차 시험발사까지 12년간 약 2조원이 투입된다. 2차 시험에선 앞서 3단 엔진 결함으로 실패했던 인공위성의 궤도 안착에 성공해야 하는 만큼 1차 때보다 더 난이도 높은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성공하면 내년 500㎏ 중량의 차세대 중형위성 3호 발사를 통해 누리호 상용화에 도전한다. 2027년까지 6874억원 규모로 예정된 누리호 고도화 사업도 챙긴다.

한국형 달 궤도선 KPLO에 탑재된 섀도캠이 작동하는 모습 상상도. /과기부 제공

오는 8월 1일엔 한국 최초의 달궤도선 ‘케이피엘오(KPLO)’의 발사가 이뤄진다. 한국이 미국·중국·러시아 등 강대국의 우주개척 경쟁에 진입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미국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새 정부의 과제다. KPLO는 얼음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탐사할 예정인데, 여기에 쓰이는 정밀 카메라 ‘섀도캠(ShadowCam)’은 NASA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올해부터 2035년까지 예정된 KPS 개발의 시작을 맡는다. 한국 우주개발 사상 최대 규모인 3조7235억원이 투입된다. 170기의 위성을 한반도 상공에 띄워 미국 GPS와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KPS 임무 수행 상상도. /항우연 제공

비(非)우주 분야에선 라온의 성능 검증과 KSTAR의 고도화가 새 정부의 임기 내 예정돼 있다. 라온은 핵물리·바이오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입자의 정밀 관측에 필요한 중이온 빔(광선)을 만드는 장치다. 2011년부터 1조5000억원을 투입, 대전 내 13만㎡ 면적의 부지에 구축 중이다. 기초과학 연구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프로젝트’로 불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오는 10월 라온의 첫 빔 인출을 앞두고 있다. 라온이 정상적으로 빔을 만들어내는지 확인하는 첫 성능 검증 단계다. 성공하면 성능을 높여 2024년부터 연구자들에게 연구용으로 빔을 제공한다. 라온은 완공 시점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 연기돼온 만큼 과학기술계는 새 정부의 추진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연구시설 '라온'. /IBS 제공

KSTAR의 고도화도 새 정부의 과제다. 원자핵을 온도 1억℃ 이상의 플라즈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물질 상태)로 유지시켜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는 장치로, 태양처럼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인공태양’으로 불린다. 온도 1억℃의 플라즈마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가 현재 각국의 핵융합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과기부 산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지난해 세계 최장 기록인 20초 유지에 성공한 데 이어 2025년 300초 유지에 도전한다. 300초를 버티면 이후 안정한 상태가 이어져 영구적인 1억℃ 플라즈마 유지가 가능, 한국은 핵융합 발전 연구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KSTAR. /한국핵융합연구원 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 단체 30곳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윤 당선인에 “대통령이 과학기술 총사령관이 돼 한국이 과학기술 G5(5대 강국)로 도약하길 기대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