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S22 적용된 GOS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조선DB

글로벌 전자기기 성능측정(벤치마크) 사이트인 ‘긱벤치’가 삼성전자의 신작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시리즈 전 모델을 포함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4종을 평가목록에서 제외한다고 5일(현지 시각) 공식 발표했다.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리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가 강제 작동되면서 삼성전자가 선전했던 성능을 사용자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지금까지 긱벤치 평가목록에서 제외된 기종은 화웨이, 원플러스 같은 중국회사 스마트폰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외국 해커기업 랩서스는 삼성전자 서버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며 기밀 데이터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랩서스 측은 탈취 데이터가 190기가바이트(GB)에 달하며, 여기에는 보안 플랫폼 ‘녹스’와 기기 보안, 암호화, 삼성패스 등에 관한 소스코드가 담겼다고 했다. 랩서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이 선전하던 성능에 이어 보안까지 흠집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긱벤치 측은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는 삼성의 GOS가 어떻게 게임과 앱의 성능을 저해하는지 알게 됐다”라며 “강도높은 내부 테스트를 거쳐 GOS를 사용한 갤럭시 S22·21·20·10 전 모델을 안드로이드 벤치마크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의 GOS는 앱 식별장치를 활용해 ‘어떤 앱을 쓸 때 기능을 떨어뜨릴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데, 이를 통해 주요 성능측정 앱들이 돌아갈 때는 기기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만들어졌다”라며 “우리는 이를 성능측정 조작(manipulation)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긱벤치가 GOS를 사용해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린 삼성전자 갤럭시S22 등 4종을 평가측정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했다. /긱벤치 트위터

긱벤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GOS를 작동시키면 중앙처리장치(CPU) 핵심 요소인 싱글코어·멀티코어 성능이 각각 53.9%, 64.2%로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도 공개했다.

삼성의 GOS는 2016년 출시한 ‘갤럭시S7′부터 적용돼 왔다. 기기 성능을 최대로 발휘할 경우 발열이 일어나는 만큼 이로 인해 사용자가 화상을 입거나 배터리가 폭발할 위험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그동안 사용자들은 이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성능을 즐길 수 있었으나 삼성이 갤럭시S22부터는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통해 GOS를 강제, 게임 커뮤니티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도 있다. 6일 현재까지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 방’이란 네이버 카페 가입자 수는 3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카페 측은 “누구도 테슬라 혹은 포르쉐를 타면서 (시속) 100㎞ 속도 제한을 걸어둔 차량을 구매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스마트폰) 성능을 최대한 발휘해줘야 할 게임에서 성능을 줄이고 관련 공지조차 없었는데 가격은 100만원이 넘는다”라고 소송 준비 배경을 밝히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이미 갤럭시S22를 구입한 사용자 가운데 이를 중고 플랫폼 등에 내놓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갤럭시S22를 통해 그간의 흥행 부진을 만회하려던 삼성으로선 최대 위기를 맞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멤버스 공지를 통해 “GOS에 성능 우선 옵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GOS가 게임 외에 다른 앱에서도 실행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GOS 앱은 사용자들의 안전성을 위해 게임에만 활성화된다”라며 “넷플릭스나 다른 앱에는 절대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해킹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에서 주요 데이터를 해킹하고, 회사 측이 이를 시인하면서 잘 알려진 랩서스가 삼성전자의 주요 데이터 상당량도 탈취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 전문가는 “소스코드가 이미 대거 공개됐는데, 이를 통해 중국 기업은 삼성을 빠르게 따라할 수 있게 하고, 취약점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심각한 사안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