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PO TFT 기술을 적용한 중국 BOE의 OLED 패널을 사용한 아너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매직4 프로 모습. /아너 제공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스마트폰용 고성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이 기술 격차가 있다고 평가된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4일 디스플레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BOE와 비전옥스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가 만든 프리미엄 스마트폰 매직4 프로에 저온다결정산화물(LTPO·Low-Temperature Polycrystalline Oxide) 박막트랜지스터(TFT·Thin Film Transistor) 기술을 접목한 OLED 패널을 탑재했다. 이 기술은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의 소비전력을 낮추고 높은 주사율(1초에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프레임의 개수)을 구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성능을 추구하지만 배터리 용량이 제한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극 탑재되는 추세다.

LTPO TFT는 2014년 애플이 개발한 기술이다.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더 부드러운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했는데, 기술 장벽이 높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LTPO TF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용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현재 이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S21 울트라, S22 울트라, 애플 아이폰13 프로, 구글 픽셀6 프로, 샤오미12 프로 등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의 주사율 변화를 테스트 기기로 점검하는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TPO TFT 기술에 집착하는 건 애플이 아이폰 프로 모델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2020년 아이폰12 프로에 처음으로 LTPO OLED를 사용했는데, 고주사율을 사용할 수 있어 향후 일반 모델로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 BOE가 아이폰 일반 모델에만 OLED 패널을 납품하는 것도 LTPO TFT 기술 수준이 애플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서다.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한국 업체와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LTPO TFT 기술 개발이 절실했던 것이다.

LTPO OLED는 기존 OLED와 비교해 생산 원가가 20%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중국 업체들은 LTPO OLE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OLED와 같은 가격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생산량을 늘려 불량률을 낮추는 동시에 기술력을 높여 최종적으로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사에 LTPO OLED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BOE와 비전옥스가 아너에 탑재한 LTPO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제품과 비교해서는 밝기가 30~40%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샘모바일은 “아너 매직4 프로에 들어가는 중국산 LPTO OLED의 밝기는 1000nit로, 삼성디스플레이의 1750nit 대비 어둡다”라고 했다. 다만 일반적인 환경에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성능이라는 게 샘모바일의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비교해서는 떨어지지만, 중국 업체들의 기술도 일정 수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다.

BOE 한 연구원이 디스플레이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 BOE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BOE 제공

중국 업체들은 LPTO OLED 패널 생산량을 늘려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BOE, 비전옥스, CSOT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OLED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향후 2~3년 내에 스마트폰용 OLED 시장 지형이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

BOE는 2024년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15(가칭) 프로에 LTPO OLED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 청두(成都)와 몐양에 있는 6세대(1500㎜×1850㎜) OLED 생산라인을 애플 아이폰용으로 전환했다. 비전옥스와 CSOT도 별도로 생산 관리팀을 만들어 아이폰용 OLED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밀어내기 방식과 더불어 기술 개발도 병행하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퀀텀닷(QD)-OLED, OLED.EX 등 차세대 OLED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기존 OLED 기술의 중국 유출을 막기 위한 지식재산권(IP) 보호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D 시장을 삼킨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OLED 기술 추격은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차세대 기술 개발과 함께 IP 보호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라고 했다.

☞ LTPO TFT OLED(저온다결정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 유기발광다이오드)

LTPO TFT는 OLED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 기술로 애플이 2014년 기술을 개발, 특허권을 갖고 있다. 기존 OLED와 비교해 전력 소모가 낮고 고주사율을 구현할 수 있어 LCD보다 고성능 OLED에 주로 사용한다. 화면 전환이 빠른 게이밍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주사율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낮은 소비전력으로 고성능을 낼 수 있는 LTPO OLED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