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연합뉴스

넥슨이 테마파크 사업을 위해 정관을 변경한다. 고(故) 김정주 창업주가 꿈꿨던 ‘제2의 디즈니’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넥슨 등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놀이설비를 포함한 시설의 기획과 경영’, ‘이벤트 기획과 경영’, ‘음식점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 사업들의 목적은 테마파크 건립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놀이설비를 포함한 시설의 경우 놀이동산, 콘서트홀, 영화관, 체육시설 등이 모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나 음식점 역시 테마파크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넥슨이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상 사업목적 변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넥슨 제공

김 창업주는 생전 넥슨이 단순한 게임 회사가 아닌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돼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지난 2005년 발간한 자신의 자서전에서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슈퍼 지식재산권(IP) 10종을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사업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의 IP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넥슨은 1조8000억원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지난해 3월 ‘건담·원피스·팩맨·러브라이브·가면라이더·호빵맨’ 등의 IP를 보유한 반다이남코, ‘유희왕·악마성시리즈·위닝일레븐·메탈기어’ 등의 IP를 가지고 있는 ‘코나미, 소닉·뿌요뿌요’ 등을 제작한 세가, 미국 유명 완구업체인 해즈브로에 총 1조원을 투자했다. 이어 지난 1월 6000억원을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로 세계적 감독 반열에 오른 루소 형제의 콘텐츠 제작사 AGBO에 투자, 2대 주주에 올랐다.

디즈니 출신 인재를 연달아 영입한 것도 김 창업주의 의지로 읽힌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넥슨은 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한 케빈 메이어를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케빈 메이어 이사는 디즈니와 픽사에서 마블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스타워즈), 폭스 등의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7월 넥슨 필름&텔레비전을 신설, 디즈니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출신인 닉 반 다이크 수석부사장을 영입해 총괄로 앉혔다. 반 다이크 수석부사장은 넥슨 CSO 역할과 인수합병(M&A), 경영개발, IP 관리, 파트너십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홍콩디즈니랜드 홈페이지

국내에서는 YG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위지윅스튜디오의 합작법인인 YN컬쳐앤스페이스(YNC&S)에 150억원을 출자했다. 이 출자금은 YNC&S가 경기 의정부시에 조성할 예정인 ‘의정부리듬시티’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이처럼 넥슨이 지난 2년여간 가진 투자 활동의 대부분은 게임과 영화, 만화 등 콘텐츠와 관련된 것으로, 업계는 이번 정관 변경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보유하거나 보유 가능한 IP를 집대성해 ‘디즈니랜드·유니버셜스튜디오·레고파크·지브리파크’ 등과 같은 IP 기반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마파크는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이용객이 그 세계관에 몰입하도록 하는 복합적인 사업 시설이다”라며 “그만큼 넥슨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발돋움 할 수 있는 데 한 축이 될 사업 분야로 꼽힌다”라고 했다.

다만 넥슨 측은 정관 변경과 관련해 “현재까지 결정된 사안은 없다”라며 “미래를 위한 대비 차원에서 정관을 추가한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