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박진우 기자

하얗고 둥근 몸통의 삼성 ‘더 프리스타일’이 세계 곳곳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그 인기가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급으로 높다. 무엇에 홀린 듯 온라인 판매 사이트의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게 하는 마력도 있다. 만일 배송지를 입력하기 전에 ‘매진’되지 않았더라면 119만원의 다소 부담스런 지출을 할 뻔했다. 그다음의 추가 판매에도 구입을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름신의 가호를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떤 매력이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일까. 체험용 제품을 써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회사 근처의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로 향했다. 삼성전자는 더 프리스타일 체험 프로모션을 신라스테이와 3월 말까지 운영한다.

재활용지를 활용한 제품 박스를 열면 X세대(42~56세)에게나 익숙한 코끼리표 보온 도시락 모양의 더 프리스타일이 보인다. 체험용 제품의 박스 구성은 더 프리스타일 본체와 리모콘, 충전을 위한 USB 케이블, 조명용 셰이드로 이뤄져 있다. 직접 손으로 들어 보니 도시락통보다 극장 천정에 달려있는 무대용 조명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었다.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박진우 기자

본체는 ‘凹(오목할 요)’ 모양 스탠드와 결합돼 있다. 이 스탠드는 바닥면적이 넓어 포터블 빔프로젝터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치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안정적으로 본체를 세우고, 받친다. 본체는 상하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돼 있다. 세밀한 각도 조정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큰 불편함은 따르지 않는다. 더 프리스타일은 빛이 비춰지는 각도와 관계없이 어디서나 딱 직사각형의 스크린을 띄운다. 비율과 위치, 초점을 모두 자동으로 잡기 때문이다. 수동 조절도 할 수 있다.

더 프리스타일을 온전히 즐기려면 빛을 쏠 면과 제품의 간격이 최소 0.8m는 돼야 한다. 이 최소 거리에서는 30인치 크기의 화면이 만들어진다. 더 프리스타일은 100인치 크기까지 화면을 키울 수 있는데, 이때는 2.7m의 거리 확보가 중요하다.

더 프리스타일의 전원을 켜고 본격적으로 영상 감상에 들어갔다. LED 빛이 환하게 밝혀지면서 소음팬이 ‘웽’ 소리를 내며 돈다. 더 프리스타일은 삼성전자의 TV·가전용 운영체제인 타이젠OS를 장착하고,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스마트 TV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덕분에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즐길 수 있으며, 홈트레이닝을 위한 삼성 헬스,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 삼성 TV+를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 로그인을 한 후 집에서 보다 말았던 영화를 재생했다. 1920×1080 해상도의 풀HD를 지원하고 있어 화질은 만족할 만하다. 공간이 여유롭지 않아도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편리했다. 물론 동일 크기의 TV와 비교할 수는 없다.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삼성전자 제공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삼성전자 제공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삼성전자 제공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삼성전자 제공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삼성전자 제공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삼성전자 제공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삼성전자 제공

더 프리스타일의 밝기는 550루멘(광원이 내보내는 빛의 총량)으로, 같은 가격대의 경쟁 빔프로젝터에 비해서는 다소 어두운 편이다. 그렇다고 밝기가 높은 게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 빛이 밝으면 색감을 좌우하는 명암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 프리스타일은 아주 어두운 환경이 아닐 경우 콘텐츠 감상에 거슬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제품을 체험해 본 시간대는 오후로, 아직 밖이 환할 때였다. 암막 커튼으로 최대한 빛을 차단했지만, 화면이 약간 희뿌옇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소리는 본체에 내장된 360° 무지향성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5W의 출력으로 일반 빔프로젝터에 비해 음량도 크고, 어느 공간에서나 잘 들린다는 제조사의 설명은 대체로 맞는다.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하는 돌비사운드도 적용돼 있다. 하지만 음질이 맑고 깨끗하다고 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휴대용 빔프로젝터라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또 문제는 팬 소음이 상당히 거슬린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더 프리스타일의 소음 정도는 30dB(데시벨)로, ‘조용한 도서관에서 나는 소음’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들리는 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빛을 다루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열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해도, 머리 가까이 더 프리스타일을 뒀을 때 콘텐츠 감상에 상당한 불편함이 따른다. 리모컨 조작도 반응이 느려, 다른 기능을 이용할 때 조금 답답함이 느껴졌다. 다만 체험용이 아닌 실제 판매용은 다를 수 있다.

무게는 830g으로 이름부터 휴대용(포터블)을 강조한 것에 비춰봤을 때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2(무게 167g) 다섯 대와 얼추 비슷하다. 또 휴대를 위한 가방이나, 배터리 등을 따로 사야 한다는 점도 아쉽다. 더 프리스타일이 비슷한 성능의 배터리가 포함된 빔프로젝트에 비해 두 배쯤 비싼 119만원인 것을 떠올리면 상품 전략상 기본으로 제공되는 편이 좋았으리라 본다.

삼성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티저 영상. /삼성전자 유튜브

삼성전자의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은 MZ세대(18~35세)를 겨냥한 제품 구성과 디자인 측면에는 분명 좋은 제품임에 틀림없다. 체험용은 흰색 하나였지만, 다채로운 색상으로 판매돼 삼성전자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 같은 느낌도 준다. 여러 액세서리를 통해 조명이나 디지털 아트를 감상하기 위한 용도로 쓸 수 있다는 부분도 긍정적이다. 재고가 풀리면 금새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건 이런 제품 전략이 대체로 들어 맞았다는 얘기다. 빔프로젝터 사용 경험이 적은 소비자에게 입문용으로 다양한 기능과 편의성을 갖췄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이 제품을 사야 할 이유는 크지 않은 듯하다. 출시 초기여서 물량도 부족하고, 또 여러 단점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가격 대비 성능이나 기능 역시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현재는 출시 기간이어서 가방이나 콘텐츠 이용권 등 44만원의 혜택을 주지만 3월 1일 이후부터는 이런 혜택도 없다. 과감하게 2세대 더 프리스타일을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게 솔직한 평가다.

그래픽=손민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