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투자 대비 성과가 적은 종속기업 13곳을 지난해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자동차 전장 및 오디오 기업 하만을 인수하고 난 뒤 비효율 자회사 18개를 정리했던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최대치다. 삼성전자의 ‘선택과 집중’은 대형 인수합병(M&A)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 시너지가 나지 않는 자회사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22일 삼성전자의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228개의 종속기업을 두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241개와 비교해 13개(5.2%)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의 종속기업은 지난 2016년 169개에서 2017년 270개로 100개 이상 늘어난 뒤 계속해서 감소 추세에 있다. 특히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2017년 하만 자회사 등 사업 시너지 효과가 부족한 종속기업 18개를 정리했다.

새롭게 종속기업으로 편입된 회사는 삼성전자가 신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펀드인 SVIC(삼성벤처인베스트먼트캐피탈) 52호, 55호, 56호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벤처캐피탈을 통해 신사업 육성을 위한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도 지난해 새롭게 설립됐다.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인 비브 랩스와 미국 발광다이오드(LED) 기업 프리즘뷰는 합병을 통해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서버용 반도체 저장장치(스토리지) 시스템 제조·판매 사업을 하는 스텔루스테크놀로지스, 차세대 문자메시지 규격으로 꼽혔던 풍부한통신서비스(RCS) 개발 기업 시그마스트 커뮤니케이션즈는 청산됐다. 차세대 네트워크 트래픽·서비스 품질 분석 전문 솔루션 기업 지랩스, 하만 자회사 하만 커넥티드 서비스 역시 지난해 청산됐다.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인수한 비브랩스를 지난해 합병했다. 사진은 애덤 샤이어 비브 랩스 공동 창업자. 그는 지난 2020년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하고 있던 중국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은 지난해 초 모두 매각돼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해당 공장과 설비들은 중국 가전 업체 TCL 산하 디스플레이 회사 CSOT가 가져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사업성이 낮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종속기업을 정리하고, 현재 보유중인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대형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장, AI, 로봇 등 신사업 관련 M&A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사업분야 경쟁자들은 활발한 투자와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와 미래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는 올해에만 440억달러(약 52조5000억원)의 투자비를 책정해 둔 상태다. TSMC는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인 ‘비전 2030′에 있어 가장 큰 벽으로 인식되고 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최근 열린 인텔 투자자 행사에서 웨이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인텔 제공

지난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인텔은 최근 공격적인 투자 등으로 왕좌를 되찾으려 한다. 220억달러(약 26조23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 파운드리 2기를 짓고, 추가적인 투자도 집행한다. 또 인텔은 엔비디아가 놓친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인수 컨소시엄에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파운드리 세계 8위인 이스라엘 타워 반도체를 54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 퀄컴은 지난해 스웨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 비오니어를 45억달러(약 5조3600억원)에 인수했다. 자율주행 칩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지난 11일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독일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 이는 삼성이 신사업으로 꼽고 있는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시대에 맞춰 현재 ‘자동차 전면 유리의 디스플레이화’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해당 인수건에 대해 “자회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회사가 밝힌 3년 내 주요 M&A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만의 전장 사업은 삼성전자의 주요 신사업 중 하나로, 아예 관계가 없진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의 파격적 진전이나 의미 있는 M&A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