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카카오모빌리티의 첫 테크 콘퍼런스 ‘넥스트모빌리티(NEMO·네모) 2022′에서 방문객과 취재진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LG그룹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옴니팟(OMNIPOD)’의 실물 모형 전시공간이었다.
LG는 자율주행 기술이 보현화해 차 운전에 더는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어질 미래에 쓰일 콘셉트카 옴니팟의 실물 모형을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옴니팟은 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집’ ‘집에서 연장된 재택근무와 여가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이날 오후 기조연설에 나선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는 “대부분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현재의 운전 경험에 맞춰져 있다”라며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차는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LG의 비전이 옴니팟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동수단을 넘어서 이동시간 중 승객이 누릴 수 있는 경험에 초점을 두는 ‘모바일 스페이스’, 즉 움직이는 공간 개념으로 접근했다”며 “자동차가 아니라 이동 기능을 갖춘 집이라고도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옴니팟의 외형은 앞뒤 길이 5.3m, 좌우 폭 2.2m, 높이 2.4m의 전후좌우 대칭형의 승합차처럼 생겼다. 실내 면적은 11.6㎡(약 3.5평)로 현대차 스타리아와 비슷하고 높이는 좀 더 높았다. 출입문도 현재 차보다는 사무실이나 방을 드나들 듯 1개로 통일됐다. 이 안에서 탑승자는 운전을 인공지능(AI)에 맡기고 업무, 여가, 요리와 취식, 휴식 등을 할 수 있다. LG의 디스플레이와 가전 기술력을 집약한 차인 셈이다.
넓은 공간에 비해 좌석 수는 적다. 앞부분 운전석 자리에 업무용 좌석 1개, 뒷부분에 세 사람이 앉을 만한 간이용 소파 같은 긴 좌석뿐이다. 텅 빈 공간 주변엔 디스플레이 5개, 스타일러·슈(신발용)스타일러·홈바·인덕션·공기청정기 등 가전이 탑재돼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
앞부분엔 운전대, 페달, 기어, 백미러와 사이드미러 등 운전 조작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빠지고 업무용 책상만이 자리했다. 가로로 긴 디스플레이가 시간, 날씨 등 정보를 알려준다. 납작한 디스플레이는 사실 책상 아래에 숨어 있는 55인치 대형 OLED 디스플레이의 일부다. 모두 꺼내면 업무용 모니터로 쓸 수 있고 스마트TV처럼 영화 감상도 할 수 있다.
옴니팟 시연을 맡은 LG 관계자는 편하게 영화를 보기 위해 앞좌석에서 뒷자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로로 긴 77인치 디스플레이가 벽면, 천장, 바닥에 벽면 디스플레이 옆에도 65인치 보조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는데, 우주전쟁 영화를 틀자 일제히 별이 반짝이는 우주 이미지를 화면에 띄우면서 알맞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500㎖ 음료수병 8개, 와인 2병 정도를 넣을 수 있는 홈바, 인덕션 2칸, 작은 이동식 식탁이 있어 취식도 할 수 있다.
벽면 디스플레이엔 LG의 디지털휴먼(가상인간) ‘래아’가 상주하며 AI 비서 역할을 한다. 래아는 승객의 가전 조작 등 명령을 듣고 수행한다. 화면을 터치하는 게 아니라 음성과 제스처만으로 명령이 가능하다. 홈트레이닝(운동) 기능을 명령했더니 래아가 옷을 갈아입고 퍼스널트레이닝(PT) 강사로 변신했다.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요소도 들어갔다. 이동 중에도 목적지나 정차할 곳으로 음식 주문을 할 수 있게 했는데, 단순히 가게와 메뉴를 고르는 게 아니라 디스플레이 속 가상의 3차원(3D) 길거리를 걷다가 점포를 골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래아를 통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역시 메뉴판에서 원하는 음식을 손짓으로 고르고 음성 명령을 하면 주문이 접수된다.
승객이 잠들면 내부에 탑재된 센서들이 수면 패턴을 분석해주고, 정차했을 때도 주변 환경에 맞는 캠핑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스마트 캐러밴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게 LG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직 콘셉트카 단계지만 LG는 옴니팟을 카카오T 플랫폼에서 호출하는 방식으로 상용화를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