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의 브랜드를 ‘삼성봇’으로 낙점하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다. 그간 삼성전자는 로봇 제품을 꾸준히 ‘삼성 봇’으로 소개했지만, 제품 출시를 위한 상표 등록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격적인 상용화 추진으로 집 안팎에서 사람의 여러 활동을 돕는 가정용 로봇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이다.

17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로봇 브랜드인 ‘삼성봇(SAMSUNG BOT)’의 상표권을 최근 미국 특허청과 캐나다 특허청(USIPO·CIPO) 등에 등록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봇’에 대해 산업용 로봇은 물론, 외골격 로봇, 로봇 청소기, 가정용 조리기구, 휴머노이드(사람 형태의 로봇), 서빙 로봇 등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CES 2022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삼성 봇 아이(오른쪽)와 가사 보조 로봇 삼성 봇 핸디를 소개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당시 CE(소비자가전) 부문 산하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로봇 사업을 타진해 왔고, 이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TF를 정식 상설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 2019에서 ‘삼성 봇 리테일’과 ‘삼성 봇 케어’, ‘삼성 봇 에어’를 선보였고, 젬스(GEMS)라고 불리는 입는(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을 소개했다. 이어 CES 2020에서는 어린이와 노인, 반려동물 등을 살피는 ‘볼리’를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개최됐던 CES 2021에서 삼성전자는 기능을 개선한 삼성 봇 케어와 ‘삼성 봇 핸디’를 공개했다. 특히 삼성 봇 핸디는 로봇 팔을 장착해 테이블을 정리하는 등 미래 가정의 생활상을 제시했다. 올해는 ‘삼성 봇 아이’와 기능을 개선한 삼성 봇 핸디를 동시에 내놨다. 두 로봇은 삼성전자의 전시관에서 사람의 영상회의나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기술 시연을 실제로 펼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CES 2020에서 소개한 로봇 볼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로봇 사업을 회사의 미래 핵심 기술로 꼽았다.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로봇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와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CES 현장에서 “부품과 세트(완제품) 모두에서 (M&A) 가능성을 크게 열어 놓고 있다”라며 “중장기적, 단기적인 것을 다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로봇을 미래 핵심 기술로 보는 만큼 관련 분야 M&A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첫 상용화 로봇이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인 ‘젬스’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젬스는 로보틱스(로봇 공학·기술·과학)를 기반으로 보행과 운동 기능을 증진하는 로봇으로 필요에 따라 고관절, 무릎, 발목 등에 착용할 수 있다. 착용 부위에 따라 ‘젬스 힙(고관절)’·’젬스 니(무릎)’·’젬스 앵클(발목)’ 등으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젬스 힙은 보행에 24% 힘을 보조해 보행 속도를 14%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입는 보행 보조 로봇 젬스(GEMS). /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가정용 로봇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글로벌 가정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17년 20억달러(약 2조3800억원)에서 올해 97억달러(약 11조5600억원)로 매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가정용은 아니지만 생활 곳곳에서 활동하는 서빙 로봇인 ‘클로이 서버봇’을 이미 상용화해 판매 중이다.

그래픽=손민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