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올해 인텔을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1위 반도체 업체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가격과 수요가 동반 상승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2017년부터 2년간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인텔에 1위 내줬다. 삼성전자가 올해 인텔을 제칠 경우 3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는 것이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95조130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2조8580억원과 비교해 30.6%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 매출을 거둔 2018년 86조2910억원과 비교해도 10.2% 많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난 3분기를 넘어 연말까지 계속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예상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올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26조9800억원을 거두며, 역대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한 지난 3분기(26조4069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 /SK하이닉스 제공

인텔은 올해 2위 자리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인텔의 매출은 755억5000만달러(약 89조6476억원)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1% 줄어든 수치로, 주력 제품인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PU)의 매출이 제자리 수준을 기록하면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IC인사이츠는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내년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내년 반도체 매출은 112조1090억원이다. 이는 올해 매출과 비교해 18% 늘어난 수치로, 전 세계 반도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연매출 10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64조9390억원과 비교해 3년 만에 매출 82.7% 성장이 기대된다.

메모리 반도체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에 불과하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 비중은 5.3%포인트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1년 새 38.7% 증가한 상황에서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4.3% 늘어나는 데 불과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통해 메모리 쏠림 현상을 개선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자체 개발한 시스템 반도체 판매를 늘리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키워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른다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올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 내년 25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올해 최고 성적인 42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대비 34.4% 늘어난 규모로, 처음으로 연매출 40조원을 넘어서는 성적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올해보다 매출을 크게 늘리며 연매출 5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D램 수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가격과 수요가 꾸준히 오르는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업계 성수기인 내년 2분기부터 유통 재고 소진이 일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