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데이터센터(IDC) 남구로에서 관리 인력들이 서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KT 제공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내년 공공시장(행정기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시장) 활성화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민간 기업이 질병관리청 백신예약시스템을 구축해 접속 장애 문제를 해결한 게 대표적인 공공시장 클라우드 공급 사례다. 정부는 이 사례를 계기로 내년엔 행정·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규모를 크게 늘리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공공시장 개방은 기업이 정부에 자사 클라우드를 공급한 이력을 레퍼런스로 삼아 국내외 다른 고객사를 확보할 기회를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KT, NHN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베스핀글로벌 등 클라우드 서버(인프라)나 소프트웨어(SaaS)를 공급하는 토종 클라우드 기업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도 일찍이 자국 정부의 지원 아래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성장시켰다.

서보람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국장은 지난 27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공클라우드 전환정책,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내년엔 올해(430개)의 5배인 2149개의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2025년까지 정보시스템 전체인 1만9개를 모두 전환할 계획이다”라며 “지난 9일 전자정부법 개정을 통해 행정·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할 근거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개정법 시행을 위해 하위 행정규칙인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자원 통합기준’도 개정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자원 통합기준은 공공에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 규제 조항들을 담고 있다.

행안부는 이 중에서도 특히 행정·공공기관의 ‘내부 업무’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10조, 민간 클라우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사고의 책임을 기관장에 두는 제11조를 개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제10조는 ‘내부 업무’의 범위가 불명확해 규제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고, 제11조는 행정·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할 수 없도록 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대균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제10조에 대해 “지난해부터 정부·지자체에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허용하기 시작했지만 ‘내부 업무’엔 여전히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라며 “현재 금지된 내부 업무 영역도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도입하는 분야에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11조에 대해서도 한 업계 관계자는 “공무원 사회에서 누가 나서서 책임을 무릅쓰고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려고 하겠느냐”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연 평균 15% 성장해 내년엔 3조7238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MS·AWS·구글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외산 클라우드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거란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기업의 성장을 위해 공공시장을 민간에 개방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였다.

김준범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국 정부기관 레퍼런스만으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며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토종 클라우드를 키우지 않으면) 중요한 IT 인프라인 클라우드 분야에서 또다시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 재현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