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출시한 아이폰13 모습. /애플 제공

애플이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4(가칭) 프로세서인 A16 바이오닉(가칭)에 대만 TSMC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최근 확정했다. 애플이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하기 위해 현재 5㎚ 공정에서 3㎚로 직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TSMC의 공정 개발이 늦춰지면서 4㎚ 공정으로 확정한 것이다.

16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TSMC가 지난달 4㎚ 공정을 적용해 시제품으로 만든 A16 바이오닉 칩에 대한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은 현재 판매 중인 아이폰 13용 A15 바이오닉을 5㎚ 공정으로 만들고 있는데, 차세대 제품을 4㎚ 공정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애플은 경쟁사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A16 바이오닉에 3㎚ 공정을 적용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TSMC와 3㎚ 공정 적용을 놓고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SMC의 3㎚ 공정 개발이 내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되면서 애플은 A16 바이오닉에 4㎚ 공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만 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 TSMC.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정보기술(IT)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애플은 아이폰14에 3㎚ 공정을 적용하기를 희망했지만 TSMC의 공정 개발에 차질이 생겨 불가능해졌다”라며 “아이폰14에 탑재되는 4㎚ 공정의 A16 바이오닉은 전작인 5㎚ 공정 A15 바이오닉 대비 연산 속도는 20%, 전력 효율은 30%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애플 내부에서는 아이폰의 성능을 2년에 한번 큰 폭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만큼 원가와 효율 등을 고려할 때 4㎚ 공정을 건너뛰고 아이폰14에 3㎚ 공정을 곧바로 적용 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인식은 애플을 포함한 삼성전자, 퀄컴 등 대부분의 모바일 AP 제조사들이 갖고 있다”라며 “4㎚ 공정을 주장하던 애플 관계자들은 TSMC의 3㎚ 공정 개발이 늦춰진 걸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2100. /삼성전자 제공

내년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4㎚ 공정 모바일 AP가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앞서 내년 초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2(가칭)에 4㎚ 공정이 적용된 프로세서가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만 미디어텍, 퀄컴, 삼성전자는 최신 모바일용 AP를 4㎚ 공정으로 생산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지난달 TSMC의 4㎚ 공정으로 만든 모바일용 AP 디멘시티9000을 내놨다. 퀄컴도 내년에 나오는 스냅드래곤8 1세대를 4㎚ 공정으로 전량 생산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200도 마찬가지로 4㎚ 공정이 적용된다.

업계는 2023년 출시될 스마트폰 신제품에 3㎚ 공정 모바일 AP가 적용되면서 업체 간 초미세공정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 공정은 3㎚ 공정으로 가기 위한 제품 관리와 양산 운영을 시험하는 단계로 평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