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는 최근 카셰어링(차량 공유) 1위 업체를 넘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 모든 이동 서비스를 묶는 ‘통합형 모빌리티 서비스(MaaS)’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공식화했다. 쏘카는 첫 움직임으로 모바일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을 인수했다. 모두의주차장은 전국 1800여개 제휴 주차장을 운영하고, 이를 포함한 6만개 이상의 주차장 정보와 예약·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쏘카는 “이번 인수는 수퍼앱(MaaS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라고 했다.
쏘카는 내년 상용화할 ‘부름’ 서비스(택시처럼 이용자의 호출 장소까지 공유 차량을 가져다주는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도심 거점으로 주차장을 활용한다. 이미 ‘쏘카존’이라는 거점이 있지만 부름 서비스를 위해선 앞으로 더 많은 거점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게 쏘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에도 본격 진출한다. 전기차는 충전에 최소 수십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 단위로 차량을 빌리는 카셰어링 서비스로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14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쏘카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도 최근 주차장 사업에 새로 진출하거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주차장이 단순히 주차요금이나 중개 수수료 수익을 얻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넘어 카셰어링, 전기차 충전, 물류, 자율주행, 세차·정비 등 다른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으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차장은 자율주행차가 출발하고 멈추는 곳, 전기차를 충전하는 곳이다. 자연스레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오프라인 거점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는 GS파크24를 인수했다. GS리테일 매장 주차장을 포함한 630여개 주차장을 직접 운영하는 업체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을 의식해 “이번 인수는 단순히 주차장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보다는 카카오의 신기술을 주차장과 연계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구체적으로 GS리테일 협력을 통해 추진 중인 물류 사업의 도심 거점으로 주차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GS리테일의 지분을 인수하고 자율주행·군집주행·전기차 기술을 물류에 적용하거나 GS리테일 매장을 카카오 퀵 서비스(카카오T퀵)의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는 직영과 제휴를 통틀어 2000개 이상의 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카카오T 앱 안에 ‘카카오T주차’ 서비스를 출시, 모두의주차장처럼 개별 주차장 사업자들과 제휴해 앱 검색·예약·결제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현재 1600여개 제휴 주차장(파트너 주차장)과 32개 직영 주차장을 확보했다. 카카오는 최근 인수한 자율주행 데이터 전문기업 스트리스를 통해 주차장 공간의 3차원 고정밀 지도 구축함으로써 신사업에 맞게 주차장의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티맵은 직영·제휴 주차장 2000여개를 운영하는 나이스파크와 지난달 제휴했다. 카카오T주차처럼 주차요금 자동결제 등이 가능한 ‘티맵 주차’ 서비스에 접목해 내비게이션의 이용 편의성을 더 높인다. 최근 국내 1위 내비게이션을 넘어 MaaS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카카오처럼 신사업과의 시너지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국내 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주차장 사업의 인수는 업계를 불문하고 이뤄지고 있다. SK그룹의 에너지·가스 부문 계열사인 SK E&S는 지난달 파킹클라우드의 지분 47%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 사업 진출에 나섰다. 파킹클라우드는 직영·제휴 통틀어 4400여개 주차장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주차장 운영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