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공룡 디즈니+가 12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즈니코리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디즈니코리아)가 국내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를 공식 출시하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OTT 업계에 전운이 돌고 있다.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등 콘텐츠 경쟁력을 내세워 국내 시장을 사실상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력과 콘텐츠 파워를 갖고 있는 또 다른 OTT 거물이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즈니코리아는 12일 디즈니+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디즈니(Disney)’, ‘픽사(Pixar)’, ‘마블(Marvel)’, ‘스타워즈(Star Wars)’,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스타(Star) 등 디즈니 핵심 브랜드의 영화·TV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다. 월 9900원, 연간 9만9000원에 모바일 기기, 스마트TV 등에서 즐길 수 있다. 전날 LG유플러스와 KT가 자사 인터넷TV(IPTV)와 모바일을 통해 디즈니+를 즐길 수 있는 전용 요금제를 공개하는 등 유통망에서의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7801억원 규모였던 국내 OTT 시장은 올해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몰아보는 콘텐츠 소비문화가 연령을 막론하고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넷플릭스가 ‘D.P.’ ‘오징어 게임’ ‘마이네임’ 등의 히트 콘텐츠를 잇따라 내며 유료 가입자를 눈에 띄게 늘리고 있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점유율 40%로 1위, 토종 OTT인 웨이브(21%), 티빙(14%)이 그 뒤를 잇고 있다. KT시즌, 왓챠 등도 추격 중이다.

투자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진 않았지만, 자금력을 가진 디즈니코리아가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제작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서 디즈니+ 출시를 기념해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DTC(Direct-to-Consumer) 사업 총괄은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는 고품질,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이런 철학은 한국에서도 당연히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글로벌 OTT 공세에 토종 OTT의 입지는 더 작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날 한국OTT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이미 넷플릭스, 유튜브 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있는 한국 미디어 산업에 디즈니+가 가세하고 있다”라며 ““OTT 서비스 경쟁은 사업자들의 몫이지만, 한국 OTT가 제대로 성장해 해외로 진출하고 국내 콘텐츠 산업에 지속 기여하도록 하려면 당장의 기본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라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법률안은 OTT에 ‘특수 유형 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OTT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 OTT 진흥정책을 위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OTT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OTT협의회는 “차일피일 미루다 글로벌 OTT에 국내 미디어산업을 모두 내준 후 처리한다면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 꼴이 될 뿐이다”라면서 “국회는 실기하지 말고 신속히 법안 처리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