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제품 전문매장 베스트바이의 삼성전자 TV 판매 코너 모습. /삼성전자 제공

15년 연속 TV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의 TV 사업이 올해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 세계 TV 수요가 둔화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를 판매 중인 삼성전자 TV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한 올레드 TV를 앞세운 LG전자 TV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TV 사업 등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올해 3분기 매출은 7조82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8조2400억원과 비교해 5% 줄었다. 같은 기간 LG전자에서 TV 사업을 총괄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의 매출은 4조1815억원로 1년 새 14% 늘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에 전시된 네오 QLED TV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VD사업부 매출에는 약 2조원 규모의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와 모니터 매출도 포함된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이니지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걸 고려할 때 삼성 TV 매출의 하락폭은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사이니지와 모니터사업을 별도 사업부인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LG전자 BS사업본부는 올해 3분기 1조689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9%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TV 사업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건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TV 제품인 QLED에 LCD 기술을 개선한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OLED 패널을 탑재한 올레드 TV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LG 올레드 TV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 QLED는 하반기부터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호주에 위치한 한 가전 매장에서 LG 올레드 TV를 살피는 방문객 모습. /LG전자 제공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미니 LED TV 출하량을 200만대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삼성 QLED TV 출하량은 150만대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5월 옴디아가 전망한 180만대에서 17% 줄어든 출하량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 QLED가 처음 나올 때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전체 미니 LED TV 출하량도 올해 650만대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OLED TV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와 반대로 OLED TV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업계는 OLED TV 출하량이 내년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전자업체 JVC가 OLED TV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OLED TV를 판매하는 업체는 20개로 늘었다. OLED TV가 LCD TV를 대신할 차세대 제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편 옴디아는 올해 하반기 전 세계 TV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9.8% 줄어든 1억2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효과로 늘었던 TV 수요가 빠르게 쪼그라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연간 TV 출하량은 2억1900만대가 예상된다. 지난해 2억2540만대와 비교해 3% 감소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