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증권가 등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삼성의 장비 사업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번 매각설은 무선 네트워크 사업이 없는 미국 시스코가 삼성의 사업부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데 따른 것인데, 삼성 측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밝혔다.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사업 등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중국), 에릭슨(스웨덴), 노키아(핀란드) 등 글로벌 3대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LTE)에서 5G로 세대가 넘어가고, 한국이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도하면서 삼성전자는 초반 큰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움직여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조 단위 5G 수주를 따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장치산업과 오랜 비즈니스 관계를 중요시하는 네트워크 산업 특성상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성장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다소 주춤했던 5G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재개돼도 삼성이 수주하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30일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7.1%로 화웨이(31.4%), 에릭슨(28.9%), 노키아(18.5%)에 뒤를 이은 4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중국 ZTE 제외). 2017년 이후 삼성전자의 분기별 네트워크 사업부 매출액은 1조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통신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 투자를 결정하면, 세팅뿐 아니라 운영·보수까지 해 가며 오랜 시간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는 보수적인 통신시장에서 삼성으로선 기존 3강을 뛰어넘어 신규 수주를 따내기 역부족인 상황이다”라며 “투자 대비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임을 고려했을 때 그룹 전체 차원에서 자원 효율화의 하나로 매각을 충분히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매매 희망기업으로 거론된 시스코로선 삼성전자는 나쁘지 않은 카드다. 일부 외신을 종합해 보면 시스코는 에릭슨, 노키아 등에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으며, 신흥 4강으로 떠오르고 있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를 인수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부각되고 있는 5G 네트워크에서 자국 업체를 두고 있지 않은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면서 한편으론 자국 업체 육성을 위해 시스코 등의 인수를 물밑 지원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실제 매각 가능성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웨이가 휴대폰 시장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네트워크사업 부문에서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라면서 “과거 삼성·LG전자가 사내 존재감이 전혀 없던 셋톱박스 사업을 TV 사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2017~2018년이 돼서야 매각했던 것을 보면 향후 2~3년 내 네트워크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업체를 육성하려 하듯 국가 차원에서도 네트워크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면서 “정부 허가가 없다면 삼성의 의지와 관계없이 매각은 어려울 것이며, 한국에서만 삼성-시스코 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된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자원 효율화를 위해 사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일본 통신장비 시장에서 NEC, 후지쓰에 이어 3위권이었던 파나소닉은 관련 사업부를 지난 2014년 노키아에 매각한 바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현재 남아 있는 NEC·후지쓰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20%, 나머지 80%는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화웨이 등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자국 장비업체와 계약하는 통신사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육성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