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TV에서 했으면 오징어 게임하다가 연애하는 결말이었을 텐데 넷플릭스가 다양성을 늘려줬다.” “TV에선 상상도 못 할 자극적인 화면 연출, 지루하게 질질 끌지 않되 볼거리는 풍성한 편수 제약 없는 스토리까지. 한국에도 훌륭한 감독, 작가가 많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글로벌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최대 히트작 ‘오징어 게임’ 관련 콘텐츠에 올라온 댓글이다. 수천명이 공감을 표했다.

오징어 게임은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으로 이름을 알린 황동혁 감독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 그것도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로 첫 도전에 나선 작품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막다른 곳에 다다른 사람들이 상금 456억원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들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국내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된 뒤, 보름여가 흐른 현재까지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역대급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너무나 이상하고 기이하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계속 보게 만든다(포브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며,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인기몰이에 일약 ‘K-콘텐츠’ 선봉에 서게 된 황 감독을 지난 9월 2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오징어게임 gif

황 감독은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어린 시절 게임을 통해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라면서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을 인기 비결로 꼽았다. 그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상 살기가 더 힘들어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경쟁이 심화되는 세상이어서 작품 외적인 시대적 요소도 공감을 끌어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첫 드라마 도전에 대한 소회를 묻는 말에 그는 “2시간짜리 영화에는 담기 힘든 인물들 간의 이야기를 게임 사이사이에 다 넣을 수 있고, 에피소드마다 코미디, 휴먼 드라마, 공포 등 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좋았다”라며 “길이, 형식, 시간, 콘텐츠 수위에 제한을 두지 않아 맘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넷플릭스의 최대 장점이다”라고 했다.

다만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뒷편을 볼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신경 써야 했다”라면서 “영화 4편 분량의 시리즈를 구상해 캐릭터·게임을 만들고, 승패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1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이 6개가 빠져 임플란트를 했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을 처음 구상하고 각본을 쓴 건 2008년이다. 당시 황 감독이 ‘오징어 게임’을 영화로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어떤 제작자도 나서지 않았다. 낯설고 난해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선택지가 넷플릭스밖에 없었다”라며 “다른 데서 받아보지 못한 자유와 충분한 예산을 준 곳이기 때문에 여기가 아니면 오징어 게임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올 한 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오징어 게임에는 200억원이 투입됐다.

전 세계적 인기로 미국 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황 감독은 그러나 “다양한 연락이 오고 있지만, 한국에서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자본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가지 않아도 전 세계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11월) 등 점점 더 많은 OTT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라며 “창작자 입장에선 플랫폼 간 경쟁이 이뤄지는 것은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도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게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