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북미 자회사 잼시티는 최근 캐나다 모바일 게임사 '루디아'를 인수했다. 사진은 루디아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 루디아 홈페이지 캡쳐

최근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게임사들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소형 개발사를 연달아 인수하고 나서고 있다. 나아가 소형 개발사가 보유한 게임 지식재산권(IP) 자산도 함께 확보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게임 개발과 운영 한계점에 도달한 대형 게임사들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3대 게임사 중 하나인 넷마블은 최근 홍콩 소셜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넷마블의 북미 자회사 잼시티는 캐나다 모바일 게임사 ‘루디아’를 인수했다. 스핀엑스는 슬롯머신, 블랙잭, 바카라 같은 카지노 게임을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회사로, 해당 분야 3위의 게임업체다. 넷마블 측은 “게임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스핀엑스의 지분 100%를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루디아는 ‘쥬라기 월드: 더 게임’, ‘쥬라기 월드: 얼라이브’ 등 유명 IP 기반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회사다. DC 및 디즈니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으로, 마블 기반 IP로 게임을 만들어 유통한 경험이 많은 넷마블이 IP 저변을 넓히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넵튠은 지난 9일 모바일 게임 개발사 플레이하드의 지분 51%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넵튠 제공

넵튠은 최근 모바일 게임 개발사 플레이하드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플레이하드는 ‘히어로팩토리’, ‘공장 주식회사’ 등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다. 지난 2016년 제1회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서 톱3 개발사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작 ‘히어로팩토리’는 지난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까지 누적 700만 다운로드, 누적 매출 50억원을 올렸다. 넵튠은 지난 7월 여성 성향의 게임을 개발하는 스토리타코, 비비드스튜디오, 프리티비지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특히 프리티비지는 지분 58%를 확보, 경영권까지 가져왔다.

네오위즈 역시 올초 모바일 게임사 스티키핸즈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겜플리트를 사들였다. 두 개발사 모두 캐주얼 게임에 특화된 개발사로, 개발 능력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티키핸즈는 지난 2016년 설립된 모바일 캐주얼게임 개발·퍼블리싱(유통) 전문 기업으로 ‘에이지 오브 솔리테어’, ‘솔리테어 쿠킹 타워’, ‘솔리테어 팜 빌리지’ 등을 여럿 내놨다. 이 가운데 솔리테어 쿠킹 타워는 지난 2018 모바일 스타페스티벌 대상, 2018 구글 플레이 올해의 혁신적인 게임에 선정됐다. 겜플리트는 지난 2015년 설립된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턴제 방식의 카드 전략 역할수행게임(RPG) ‘트리플 판타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글로벌 출시된 트리플 판타지는 지난 2017년에 벤처투나잇 데모데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정주 NXC 대표.

업계는 큰 게임사들이 작은 개발사를 인수하는 배경에 업계 전반에 걸쳐있는 인력난이 있다고 본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정보기술(IT) 업계의 개발자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적합한 인재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인재를 갖고 있는 개발사를 인수, 인적 자원을 함께 흡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게임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 여기에 데이터 분야 전문가 확보에도 불이 붙었다”라며 “게임 개발에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으로, 게임사를 인수하면 개발 인력이 자연스럽게 흡수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에 IP 확보 차원의 인수도 이뤄지고 있다. 대형 게임사에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만드려면 팀 구성부터 프로젝트 기획, 개발, 유통까지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원하는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를 인수하면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IP 자산까지도 흡수할 수 있어 여러 시너지가 발생한다. 한 게임사 투자 관련 관계자는 “평소에 개발력이 좋은 중소형 개발사를 눈여겨 보다가, 기회가 되면 투자를 한다거나 인수하고 있다”라며 “대형 게임사로서는 IP 기획과 게임 개발에 들이는 시간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고, 신선한 IP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것도 있다”고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연합뉴스

여기에 IT 업계 특유의 문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규모와 관계 없이 역량만 있다면 흡수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 오너 또는 최고경영자들은 직접 스타트업을 시작해 회사를 키워낸 경험이 많다”며 “업계 자체가 젊은 편이라 작은 회사들에 투자하고 인수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소형 게임 개발사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적잖다. 크래프톤이 대표적이다. 크래프톤은 다양한 분야의 게임을 만드는 개별 개발사에 분산 투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대표작 ‘배틀그라운드’가 이런 투자로 탄생한 게임이다. 김영진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전공 교수는 “폭넓은 게임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대형 게임사들의 노력이 소형 개발사의 인수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게임산업은 특성상 인건비와 개발비가 주가 되는 사업 분야인데, 기존 인력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다 보면 성장에 한계가 올 수 있어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게임사를 인수합병해 기존에 갖지 못한 역량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