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지난달 5일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 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전화콜 시장 진출 행보를 규탄했다. /김윤수 기자

카카오(035720)모빌리티의 전화콜(전화 호출) 방식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에 반발한 대리운전 업계가 최근 카카오에 사업 철수나 축소를 요구하고, 카카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카카오가 정부·국회의 규제 칼날을 피하기 위해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골목상권 상생안에 이러한 업계 요구를 반영할지 주목된다. 대리운전 갈등은 카카오 골목상권 침투 논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14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단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3일 비공개로 열린 카카오모빌리티, 동반성장위원회와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관련 2차 간담회에서 카카오 측에 4가지 상생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전화콜 업체 인수 철회 또는 전화콜 영업 제한 ▲추가 전화콜 업체 인수와 지분투자 중단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에 전화콜 메뉴 추가 금지 ▲대리기사와 고객 대상 현금성 프로모션 중단 등이다.

연합회는 오는 15일 오후 2시에 열릴 3차 간담회, 추석 이후 열릴 4차 간담회에서 카카오가 조건 수용 여부를 답해줄 것도 동반위를 통해 요구했다.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연합회는 현재 진행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절차에 더해, ‘중소기업중앙회 사업조정’이란 추가 대응 카드를 꺼내들겠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의 진출로 상당수 중소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대기업에 일정기간 사업 연기나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오전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업계와 상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고 동반위 역시 “협상 진행 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조건 수용 여부를 두고 업계 관측은 둘로 나뉘고 있다.

골목상권 침투 논란의 핵심은 택시·대리운전을 포함한 카카오의 모빌리티 사업이기 때문에 곧 발표될 카카오 상생안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관련 내용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대리운전 전화콜 사업 철수나 축소 방안 역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쪽의 시각이다.

반면 카카오에겐 경쟁 플랫폼 티맵모빌리티라는 변수도 있어 쉽게 사업 철수나 축소를 결정하진 못할 거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티맵이 함께 따르는 상생 조건이라야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걸로 전해진다. 연합회로부터 카카오와 비슷한 조건을 요구받은 티맵은 쉽사리 수용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맵은 양사가 똑같이 사업 확장을 멈추면 이대로 시장 점유율이 굳어져 결국 현재 1위 플랫폼인 카카오에만 좋은 꼴이 될 거라고 경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2016년 카카오T 앱 호출 방식으로 대리운전 중개 시장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점유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다. 3000여곳의 전화콜 업체들이 나머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이 전화 호출을 애용하는 취객인 덕분에 전화콜 업체들이 카카오에 맞서 어느 정도 경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지난 7월 전화콜 1위 ‘1577 대리운전’의 운영사 코리아드라이브의 지분을 인수하고 합작사 ‘케이드라이브’를 설립,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아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두고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가 콜택시 업체들을 무너뜨리고 택시 중개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대리운전 중개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