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화성에 건립 중인 극자외선(EUV) 전용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연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업계 1위 대만 TSMC가 최근 반도체 가격을 10~20% 올린 만큼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가격을 현실화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투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파운드리 공급 능력과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가격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에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는 분석도 있다.

서병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IR 팀장 부사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평택 S5 라인의 공급 능력 및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파운드리 공급 가격 현실화를 가속화하겠다”라며 “가격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올해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 대비 2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퀄컴과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기업으로부터 칩 설계도를 전달 받아 물량을 대량 생산, 공급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삼성전자 제공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반도체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는 상황에서,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을 통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기즈모차이나는 “TSMC와 함께 업계 3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UMC가 오는 9월과 11월, 내년 초에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삼성전자 역시 막대한 파운드리 투자가 필요한 만큼 연내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인상 폭은 TSMC와 UMC 등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과 비슷한 10~20% 수준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 부족을 계기로 반도체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라며 “생산량을 늘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가격 인상이 꼭 필요하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가격을 빠르게 인상하면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가격 인상으로 높인 수익성을 첨단 공정 설비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면서 사업 경쟁력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위해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파운드리 가격 인상이 공장 증설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향후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가격 인상을 통한 재원 마련은 필수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TSMC가 반도체 가격을 올리기로 선언하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추격자들도 가격 인상 여력이 생겼다”라며 “가격을 올려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여가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