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메타버스 오픈월드 수집형 액션 어드벤처 게임 '도깨비'. /펄어비스 제공

‘오픈월드’가 게임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 내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거나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메타버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오픈월드를 표방하는 게임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공개된 펄어비스의 메타버스 기반 신작 ‘도깨비’의 경우 ‘크리처(도깨비)’ 수집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CCOWAA)’라는 장르로 개발되고 있다. 가상세계 속에서 도깨비를 수집하고 넓은 지역을 탐험하는 식의 소재를 채용하고 있어 ‘오픈월드’로 분류된다.

펄어비스는 지난 26일 신작 메타버스 기반 게임 '도깨비'를 공개했다. 도깨비 공식 소셜미디어(SNS)는 "도깨비는 다중접속온라인(MMO) 장르가 아니라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라고 소개했다. /도깨비 공식 소셜미디어(SNS) 캡처

도깨비 공식 소셜미디어(SNS) 역시 “초기에는 다중접속온라인(MMO) 게임으로 개발했지만, 이제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메타버스에 기반한 게임이기 때문에 오픈월드 특유의 자유도를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도깨비 말고도 ‘오픈월드’를 강조하는 게임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지난 6월 29일 출시된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이용자가 마음껏 산 등을 오르내릴 수 있는 오픈월드 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5일 넷마블이 내놓은 ‘마블 퓨처 레볼루션’, 엔씨소프트가 지난 26일 서비스를 시작한 신작 모바일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도 오픈월드 개념을 도입했다. ‘마블 퓨처 레볼루션’의 경우 이용자가 마블 세계관 내 다양한 도시를 누빌 수 있고, ‘블소2′는 이용자가 무협 장르 콘텐츠에서 등장하는 ‘경공’이라는 특수한 이동법으로 맵 내 모든 지형물을 다닐 수 있다.

오픈월드는 게임 내에서 이용자의 자유도를 높였다는 의미 외에도 게임 내 거대한 맵을 로딩과 이동 제한 없이도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확장된 개념으로는 게임 내 시스템을 창의적으로 바꾸고, 또 게임 내 시스템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게임 형태까지도 포괄한 것을 오픈월드라고 부른다. 어린 아이가 모래밭 위에서 마음껏 여러가지를 만들며 논다는 뜻에서 ‘샌드박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잠입 액션 어드벤처 게임 '어쌔신 크리드 3 리마스터' 스크린샷. /유비소프트 홈페이지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오픈월드 게임을 콘솔과 PC 플랫폼으로 즐겨오고 있었다. 게임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콘솔 인기 게임 1000개 중 16.7%, PC 인기 게임 1000개 중 18.7%가 오픈월드 게임이다. 암살자가 돼 역사 속 장소를 탐험하는 잠입 액션 어드벤처 게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베데스다의 역할수행게임(RPG)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닌텐도 액션 어드벤처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등이 대표적이다. 크래프톤의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드’도 일종의 오픈월드 게임으로 인식된다.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히는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도 오픈월드 게임이다. 게임 내 이동에 제한이 없고, 이용자가 게임의 룰을 바꾸거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월드 게임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넓은 맵을 이동할 수 있다. 영상은 넷마블의 모바일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마블 퓨처 레볼루션'. /넷마블 유튜브

이런 특성에 따라 게임업계는 향후 오픈월드 게임이 시장의 주류로 올라설 것으로 본다. 할 수 있는 플레이를 게임회사가 이미 정해둔 기존 게임과 다르게 이용자는 오픈월드 게임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게임 내 체류 시간도 길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수명 또한 늘어나는데, 이 때문에 오픈월드 게임 개발에 대한 적극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게임은 정해진 대전이나 퀘스트만 진행하는 등 자유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지만 오픈월드 게임은 이용자가 하나의 퀘스트만 진행하거나,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게 아니고 본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라며 “게임 이용자의 수준이 성숙해져 자유도를 높이면 게임을 더 오래, 재밌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게임 내 자유도가 높은 만큼 개발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한 게임 개발자는 “오픈월드를 구현하려면 게임을 만드는 엔진 자체가 무거워지고, 구현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라며 “일반 게임에서는 정해진 동선만 개발하면 됐지만, 이제는 이용자가 필드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 예를 들어 ‘저기 풀밭까지 가고 싶다’고 하면 해당 세세한 부분까지 다 게임 내에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가 올라간다”라고 했다. 그는 “요즘에는 모바일 게임에서도 오픈월드가 자주 도입되는데 기기 발열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라며 “게임을 구동하는 기기의 최적화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했을 때,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다”라며 “기존에 목적이 뚜렷한 게임을 개발할 경우, 다양한 배경을 만들기 위해 재원과 인력이 많이 투입됐지만 오픈월드 게임에서 가상 환경을 대체할 수 있는 요소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면, 게임사들이 일일이 구축하고 투자해야 할 요소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