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9년 출시한 QLED 8K 모습. /삼성전자 제공

꿈의 화질로 평가받는 8K TV의 출하량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TV 제조사들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8K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지난 1분기와 비교해 역성장했다. 부족한 8K 콘텐츠와 비싼 가격으로 대중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8K TV 출하량은 9만600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5만2600대와 비교해 72% 늘었지만, 전 분기 9만6000대 대비 5.6% 감소했다. 매 분기 출하량을 빠르게 늘렸던 지난해와 달리 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8K TV는 8K(7680X4320) 해상도가 적용된 TV를 말한다. 풀HD(1920×1080) TV와 비교해 16배, 4K(3840×2160) TV 대비 4배 많은 화소가 적용된다. 그만큼 더 선명하고 밝아 정확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TCL이 CES 2020에서 8K 해상도의 TV 신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TCL 제공

8K TV는 2019년 TV 시장 1위 삼성전자가 퀀텀닷-액정표시장치(QLED·QD-LCD) 8K 판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개화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75인치 QLED 8K를 500만원대에 판매하면서 업계는 8K TV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8K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전 세계 10여개 업체가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과 달리 8K TV 출하량은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부족한 8K 콘텐츠가 8K TV 대중화를 막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본 공영방송 NHK가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8K 해상도로 생중계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TV 방송은 물론이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서도 8K 콘텐츠를 찾을 수 없다.

업체들은 저해상도 콘텐츠를 8K 해상도로 높여주는 업스케일링 기술을 내세우고 있지만,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게 소비자들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업스케일링 기술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8K 콘텐츠가 보급되기 전에 8K TV가 대중화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LG전자가 2018년 세계 최초로 공개한 8K OLED TV 모습. /LG전자 제공

5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도 8K TV 점유율 확대를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2분기 판매된 8K TV의 평균 판매가격(ASP)은 4350달러(약 507만원)로, 4K TV(775달러・90만원)의 5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272달러(약 30만원)를 기록한 풀HD TV와 비교해서는 13배 비싸다.

업계는 올해 8K TV 출하량이 5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0만대와 비교해 66% 늘어난 규모지만, 여전히 전체 TV 출하량의 0.2%에 불과하다. 국내 TV 업체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500만원이 넘는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라며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200만원대로 내려와야 본격적인 8K TV 대중화가 시작될 것이라 본다”라고 했다.

한편 전 세계 8K TV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하량 기준 8K TV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70.3%, 10.3%를 기록했다. 양사는 올해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인 네오 QLED와 QNED TV 8K 라인업을 선보였는데, 차별화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넓혀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