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애플의 '아이폰12'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는 애플코리아가 이를 자진시정하겠다며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안을 내놓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월 말 이를 승인한 가운데(동의의결) 애플 측에서 아직까지 어떤 개선안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에서는 이런 행태가 ‘갑질’이라고 규정하고 이 같은 불공정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이른바 ‘애플 갑질 방지법'이 나왔다.

현재 국회에서는 구글의 인앱(자체)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통과를 앞두고 있다.

1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 힘 의원은 동의의결 신청 2년이 지나도록 이동통신사업자에게 광고비를 전가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애플코리아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동의의결 신청단계에서 불공정행위 중단과 소비자 피해구제 현황을 제출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을 위반한 기업이 자진시정안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이를 심의해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시정조치의 경우 법정 다툼으로 흘러가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동의의결은 신속하게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 공정위 입장이다.

김영식 의원실이 공정위와 통신업계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지난 1월 27일 1000억원 규모의 동의의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이동통신 3사(SKT, KT, LGU+)에 여전히 자사의 광고비를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의결이 개시된 이후 공정위의 조사·심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중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제안한 시정방안을 이행하지 않는 등 행정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동의의결 신청 시 신청일 직전 6개월 동안 해당 행위의 중지 사실 및 자발적으로 추진한 소비자 피해구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거짓으로 해당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동의의결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김 의원은 “애플코리아는 동의의결 신청(2019년 6월) 이후 2년, 동의의결 확정(2021년 1월) 이후 5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공정행위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개정안을 통해 불공정행위의 중단과 소비자 피해구제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광고업계에서는 애플이 이동통신 3사에 전가하는 광고비를 연간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년 간 애플이 얻은 부당이득은 400억~600억원에 달한다. 애플이 부담할 동의의결 금액 10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 의원은 “과세당국은 이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부당이득에 적법한 과세가 이뤄지도록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