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차세대 TV 전략이 암초에 부딪혔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TV로 점찍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의 신제품 출시가 연기된 상황에서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보급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99인치 마이크로 LED TV 출시 일정을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했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기존 110인치에 이어 99인치 제품을 상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9인치 출시 일정을 연기한 것이 아닌 기존 내부 계획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은 지난 4월 월드IT쇼에서 “마이크로 LED 제품이 상당히 많이 팔리고 있다”라며 “공장을 증설해야 할 정도다”라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베트남 공장에서 마이크로LED TV 생산을 위한 신규 라인 증설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의 수율(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LED 칩을 기판에 뿌려 심는 레이저 장비의 불량률이 높아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 대량생산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LED TV는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단위의 초소형 LED를 기판 위에 이어 붙여 만드는 TV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달리 개별 소자가 빛과 색을 함께 낼 수 있어 더 밝고 자연스러운 색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1억개에 달하는 초소형 LED를 옮겨 심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공중에서 LED 칩을 균일하게 뿌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LED 칩 크기를 100분의 1수준으로 줄인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구조. /LED인사이드 제공

마이크로 LED TV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마이크로 LED TV 출하량이 1000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마저도 삼성전자가 99인치와 88인치 제품을 출시한 걸 전제로 한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마이크로 LED TV 출하량이 수백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마이크로 LED TV는 삼성전자가 만든 110인치 제품이 유일한데, 크기나 가격 면에서 보급화하는 데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이 판매량을 늘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 가격은 1억7000만원에 달한다. 올해 출시 예정인 99인치 제품의 가격 역시 1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네오 QLED TV 최고 모델(85인치)이 2000만원을 넘지 않는 걸 고려할 때 5배가 넘는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를 차세대 TV로 육성하고 있지만 보급화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의 패널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QD-OLED 채택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 QD-OLED TV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과 LG디스플레이와의 OLED 패널 협력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QD-OLED 채택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기존 TV 전략에 부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QLED와 마이크로 LED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 QD-OLED 채택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