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 TSMC.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TSMC와 삼성전자의 초미세공정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첨단 공정인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양산을 놓고 TSMC가 애플, 인텔과의 협력을 강화하자, 한발 늦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공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인텔, 애플에 3㎚ 공정 기반 반도체 테스트 제품을 전달하고 차세대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인텔과 애플은 TSMC의 3㎚ 생산 기술로 설계된 반도체를 테스트하고 있다”라며 “3㎚ 기반 반도체의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은 나노 단위의 광원으로 얼마나 정밀한 회로를 그릴 수 있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광원의 굵기가 가늘수록 트랜지스터 사이의 너비를 줄일 수 있는데, 이는 반도체의 성능, 전력효율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현재 10㎚ 이하로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두 업체는 현재 5㎚ 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는데,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제품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12다. 이 제품에는 TSMC의 5㎚ 기술이 적용된 프로세서 칩에 사용되고 있다.

3㎚ 공정 기반 반도체는 5㎚와 비교해 연산 능력이 10~15% 빠른 동시에 소비 전력은 25~30%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고 처리 속도가 빨라야 하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 인텔,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정보통신(IT) 업체들이 잠재 고객으로 꼽힌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별 차이. 왼쪽부터 플래너펫, 핀펫, GAA 모습. /삼성전자 제공

3㎚ 양산 계획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앞서 발표했지만, 실제 제품 양산은 TSMC가 한발 앞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22년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비와 양산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TSMC는 올해 고객사와 시제품 테스트 등 협의 과정을 거쳐 내년 초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TSMC의 초기 3㎚ 공정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는 “내년에 출시될 아이패드 6세대 일부 모델에 3㎚ 기반 반도체가 제한적으로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차세대 아이폰(가칭 아이폰13)은 공급 여력 등을 고려해 4㎚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3㎚ 공정의 본격적인 대량 생산은 내년 하반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TSMC는 현재 인텔과 노트북 및 데이터 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설계를 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텔의 3㎚ 공정 CPU 공급이 내년 말 이후로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023년 출시되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에 3㎚ 공정 제품이 본격적으로 탑재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IT 매체 기즈차이나는 “인텔에 공급되는 반도체의 생산은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TSMC가 인텔에 공급하는 3㎚ 공정 반도체는 애플 아이패드의 주문량보다 훨씬 많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3㎚ 양산에서 TSMC에 한발 뒤처진 모습이다. 다만 기존 공정 기술을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인 GAA(Gate All Around) 공정을 도입, 반격에 나선다는 게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반도체의 구성을 이루는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구분되는데, GAA는 채널의 4면을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GAA는 반도체의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하는 등 채널 조정 능력이 극대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게이트와 채널이 3면에서 맞닿아 있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GAA가 전력효율이 더 높다는 이유다.

TSMC가 기존 핀펫 구조를 3㎚ 공정에까지 적용하면서 삼성전자 역시 2㎚ 공정부터 GAA를 적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3㎚ 공정부터 GAA를 탑재하는 강수를 뒀다. 이 때문 삼성전자가 TSMC보다 3㎚ 양산에는 한발 늦었지만, 동일한 3㎚ 기반 반도체라고 해도 기술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TSMC와의 기술 경쟁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효과적인 3㎚ GAA 공정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에서 GAA 트랜지스터 개발은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획기적인 기술의 변환이다”라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앞선 기술력을 통해 다양하게 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