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의 중소형 OLED 패널 모습. /BOE 제공

국내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티엔마 등 주요 업체들이 OLED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면서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중소형 OLED 패널 점유율은 올해 15%에서 내년 27%로 12%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점유율 5%를 기록한 후 매년 2배 가까운 점유율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2016년 중소형 OLED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지만 2018년까지 점유율 5%를 넘지 못하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술과 생산량 등 모든 부분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내 업체들은 2018년까지 시장 점유율 95%를 공고히 유지했다.

하지만 2019년 화웨이와 샤오미,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프리미엄 전략으로 OLED 채택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중소형 OLED 점유율은 11%로 1년 만에 2배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BOE가 애플과 아이폰12 교체용(리퍼비시) OLED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소형 OLED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중국 업체 간 생산라인 증설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

BOE가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BOE는 현재 중국 청두(成都)와 면양(綿陽)에 6세대(1500㎜×1850㎜) OLED 생산라인을 각각 운영하고 있는데, 충칭(重慶)에 새롭게 건설 중인 6세대 OLED 공장의 1단계 생산라인 증설이 다음 달 마무리된다. BOE는 신규 생산라인의 시험 가동을 거쳐 오는 10월 가동을 시작할 계획으로, BOE의 올해 중소형 OLED 출하량은 지난해 3600만대와 비교해 40% 증가한 5000만대가 예상된다.

BOE가 선보인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 모습. /BOE 제공

BOE는 중칭에 2단계와 3단계 생산라인도 증설하고 있는데, 3단계 증설까지 마무리될 경우 BOE의 중소형 OLED 연간 생산능력은 최대 3억4500만대가 된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간 생산능력 3억3600만대를 웃도는 규모로, 업계 2위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생산능력인 1억800만대의 3배가 넘는다.

티엔마가 샤먼(厦門)에 만들고 있는 6세대 OLED 생산라인 증설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티엔마는 지난해 5월 480억위안(약 8조3700억원)을 들여 OLED 생산라인을 착공했는데, 최근 공장 건설을 끝낸 상태다. 티엔마의 OLED 생산라인은 단일 공장 기준 중국 최대 규모로, 연간 생산능력은 LG디스플레이를 넘어서는 1억1500만대에 달한다.

중국 현지 매체인 샤먼일보는 “티엔마는 지난 10년 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켜 나갔다”라며 “샤먼에 건설 중인 신규 생산라인이 양산을 시작할 경우 중소형 OLED 생산규모에서 전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만큼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BOE는 국내 업체들만 확보하고 있는 ‘터치일체 OLED’ 기술 개발에 최근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치일체 OLED 기술은 터치 기능을 패널에 내장한 것으로, 기존 OLED 패널보다 더 얇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양산에 성공했다. 실제로 BOE가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경우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가칭 아이폰13)에 패널을 공급하는 등 공급처를 늘리며 점유율을 더욱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선두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를 쫓으며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라며 “한국의 OLED 시장 주도권에 중국이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