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2월 진행된 블레이드앤소울2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게임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국내 게임사들의 사전예약 홍보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활발했던 사전예약 마케팅이 3~4년 전 게임시장으로 옮겨오면서 사전예약자를 확보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출시 예정인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발할라 라이징’은 사전예약자 4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4월 28일 사전 예약을 시작, 하루 만에 100만명을 달성한 후 50여일 만에 400만명을 사전예약자로 끌어들인 것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는 사전예약 23일 만에 400만명을 달성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또 출시 직후 리니지M 시리즈를 꺾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던 넷마블의 제2의나라의 경우 사전예약자가 500만명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예약은 신작 게임이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에 유저들을 끌어모으는 마케팅의 한 종류다. 휴대폰 인증 같은 개인정보를 미리 등록하면 게임이 출시됐을 때 아이템 등 선물을 제공한다. 게임 출시 전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사전 다운로드’와는 다르다.

게임업체들은 사전예약을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잣대로 주로 활용된다. 통상 사전예약을 진행한 유저 대부분이 실제 게임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내에 사전예약 100만명을 달성하면 중박, 300만명은 대박이라는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체감상 사전예약자의 80~90%가 실제 게임에 접속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오는 29일 출시하는 오딘:발할라 라이징은 사전예약 40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카카오게임즈 제공

실제 사전예약에 성공한 게임이 흥행한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2017년 출시한 리니지M의 경우 68일 만에 사전예약 550만명을 달성한 후, 현재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출시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역시 사전예약에 500만명이 몰리면서 출시 한달 만에 4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340만명의 사전예약에 힘입어 출시 11개월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사전예약이 초반 흥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게임사들은 사전예약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선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원하는 캐릭터 이름을 먼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건 물론이고, 한정판 아이템과 별도의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사전 예약에 참여한 유저들에게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정판 이모티콘을 추가로 선물하기도 했다.

다만 사전예약 성공이 게임의 성공으로 무조건 연결되는 건 아니다. 사전예약에 성공했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게임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넥슨이 2018년 내놓은 ‘야생의 땅: 듀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듀랑고의 경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기대에 250만명의 사전예약자를 모았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1년 7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달 20일 출시한 엔씨의 트릭스터M 역시 사전예약 300만명을 달성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9위로 밀려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사전예약 경쟁을 경계하기 위해 사전예약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넷마블은 사전예약은 진행하고 있지만 예약자 수는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 사전예약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유저들을 설득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