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과 영국에서 판매 중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의 무상보증 기간을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최근 시장 확대가 본격화한 OLED TV의 해당 시장 입지를 더욱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OLED TV 패널 보증 기간은 2년으로 시장 규모에 따라 무상보증 기간에 차등을 두는 것은 소비자 차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LG전자에 따르면 LG전자 미국과 영국 법인은 2021년 OLED TV 중 플래그십 모델(G1/Z1)의 패널 무상보증 기간을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무상보증 기간 연장은 해당 지역 법인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성사된 것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경쟁사 프리미엄 TV 패널의 보증 기간은 2년이다.

5년이라는 TV 패널 보증 기간은 일단 미국과 영국에서만 적용된다. 다른 시장으로의 구체적인 확대 계획은 현재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무상보증 기간은 국가별 시장 환경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회사 측은 “OLED TV 구매 고객에게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통상적인 LG OLED TV 패널 글로벌 무상보증 기간은 1년으로 설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OLED TV 패널의 품질을 제품 등급에 관계없이 2년 동안 보증한다. 이는 일반적인 해외 시장 보증 기간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경쟁사가 2년의 보증기간에 ’5000시간 이내’라는 단서를 달아둔 것과는 다르게, LG전자는 OLED TV라면 조건 없이 2년 무상보증을 보장한다. 또 연간 구매 금액 등 일부 조건을 만족할 경우 보증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통상 제품의 보증기간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OLED TV의 경우 한국에서는 일부 모델이 아닌 전 모델에 대해 해외보다 긴 보증기간을 책정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 따른 보증 기간의 차등 적용은 자칫 ‘소비자 차별’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무상보증 기간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OLED TV의 경우 빛과 열에 약한 유기물을 소자로 사용하는 기술적인 특성 탓에 늘 번인(화면 잔상·열화) 논란이 따라붙는다. 기술 보완으로 해당 현상을 최대한 없앴다는 것이 제조사 측인 LG전자의 주장이지만, 소비자 일각에서는 무상보증 기간 확대와 같은 실질적인 움직임이 다소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용기간이 얼마 안 된 OLED TV 패널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시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

LG 올레드 에보 모습. /LG전자 제공

OLED TV는 최근 시장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와 일본 소니, 파나소닉, 중국 스카이워스, 창홍 등 20여개에 달하는 TV 제조사가 OLED TV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 OLED 진영에 두세군데의 TV 제조사가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전망한 올해 OLED TV 출하량은 700만~800만대 수준으로 전 세계 TV용 OLED 패널의 99%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는 연간 패널 1000만장을 목표로 공장 가동률을 끌어 올리고 있다. 올해 총 2억대의 TV가 판매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OLED TV는 약 5%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3배 이상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OLED TV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LG전자의 몫이다. LG전자의 OLED TV 예상 판매치는 500만대다. 이는 지난해 200만대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시장별 보증기간 차등 적용에 LG전자 OLED TV의 인기가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과 무상보증 기간에 민감도가 높은 국내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하면 미국과 영국에서의 무상보증 기간 확대는 차별로 느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라며 “같은 제품의 품질 보증을 시장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두고 제조사 편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어 시장에 관계없이 무상보증 기간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