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오는 10월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 의무 도입을 앞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가 그간 미뤄왔던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절차에 다시 속도를 낸다. 오는 17일 법안 통과 여부를 두고 여야 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복수의 의원과 관계자에 따르면, 과방위 여야 간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나는 오는 11일 이후 최대한 빠른 일정인 오는 17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2소위)를 열고 이 문제를 다루기로 잠정 합의했다.

여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2소위를 열자고 (야당에) 요청했다. 야당 측에선 오는 11일 자신들의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에 열자고 한다”며 “우리 당은 여전히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에 2소위가 한 번은 열리고 그 문제(구글 갑질 방지법)도 (안건으로) 올라올 텐데, 우리 전당대회가 둘 째주까지니까 빨라도 셋 째주에 열릴 것이다”라며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졸속 법안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다루자는 입장이다”라고 했다.

인앱결제는 사용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자체 시스템이 아닌 구글플레이의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인앱결제로 결제할 경우 앱 개발사는 결제액의 15~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유통되는 모든 앱에 인앱결제 도입을 의무화했다.

국내 인터넷업계와 콘텐츠업계가 이에 반발, 구글의 ‘갑질’을 법으로 규제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회 과방위에선 여야 통틀어 총 7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2소위 심사를 통해 이 7개 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본회의에 상정, 통과시켜야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세 차례 2소위 심사가 있었지만, 여야와 업계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로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야 전당대회 일정까지 겹치며 네 번째 2소위 심사가 무기한 미뤄져왔다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계기로 일정이 다시 구체화된 것이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인앱결제 의무 도입 시점을 앞두고, 계류 중인 법안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여야 공감대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인터넷업계는 앞선 세 차례 논의와 달리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네 번째 2소위 심사에선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오는 10월에 인앱결제가 의무 도입되기 때문에 이를 규제할 시행령을 만들려면 지금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업계는 구글 정책으로 인해 특히 국내 콘텐츠 산업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웹소설, 웹툰 등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 15~30% 수수료를 전부 부담할 수 없어, 콘텐츠 가격 인상을 통해 창작자와 소비자가 일부 분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 양대 콘텐츠 플랫폼을 가진 카카오는 지난 4월 애플이 같은 방식으로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자 콘텐츠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하려는 정책은 결국 콘텐츠 사업 수익을 독식하겠다는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한국웹툰산업협회·한국웹소설산업협회도 최근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국내 플랫폼이 30%의 수수료를 떼이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일선 창작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구글의 정책은 창작자의 피땀 어린 노력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 끌기로 일관하는 국회에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에 국회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법안 처리가 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야당은 박성중·허은아·조명희 의원이 각각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구글에 대한 규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여당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해보자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세 번째 2소위 심사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구글 정책은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구글 갑질 방지법이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법제화가 이뤄진 사례가 없다는 점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야당 측은 설명했다.

인앱결제에 대한 불이익이 크게 없어 반대하지 않는 중소기업들도 있는 만큼, 법안이 국내 산업 보호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갖추기 힘든 기업들은 인앱결제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이 용이할 수 있다”며 인앱결제의 장점을 내세운 바 있다. 또 구글플레이 연 매출 100만달러(약 11억1500만원) 미만인 앱에 한해서 수수료를 결제액의 기존 30%에서 15%로 인하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기업은 인하 혜택을 못 보지만 다수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야당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은 여당과 같다”면서도 “네이버·카카오 중심의 인기협은 신속하게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하지만, 반대 의견을 펴는 중소기업들도 많다”고 했다. 박대출 의원도 “이 법이 모든 업체에 편익이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져보고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지 등을 보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최종적인 법안 처리 결정 권한을 쥔 이원욱 과방위원장(민주당 의원)은 전날 전화 통화에서 ‘업계 요구대로 이번엔 법안을 통과시키느냐’는 질문에 “여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과의 합의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구글 코리아는 국내 업계의 반발과 국회의 법제화 추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