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도 OTT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꺾인 반면 경쟁자들은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디즈니+) 같은 새로운 강자들도 등판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OT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외 시장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신규 가입자 수는 398만명으로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의 전망치 620만명의 절반, 지난해 1분기 1580만명의 4분의 1에 그쳤다. 넷플릭스는 2분기에는 이보다 더 적은 100만명 정도만이 신규 가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08만3501명으로, 지난 1월 899만3785명을 기록한 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사람들의 비대면·실내 활동 증가로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올해 초부터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부진을 두고 업계에선 백신 접종 등으로 국내 OTT 시장의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가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지만, 올해 시장 규모는 여전히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약 7000억원으로, 지난해 약 6000억원보다 16.7% 성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져 구독자의 이탈이 시작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 스스로도 “코로나19 유행으로 콘텐츠 제작이 급감했기 때문이다”라며 원인을 신규 콘텐츠 부족에서 찾고 있다. 전 세계 가입자 수 2위인 디즈니+(약 1억명)를 한참 따돌리는 2억7000만명 수준이 된 만큼 이제 신규 가입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을 거라는 말도 나온다.

조선DB

실제로 넷플릭스와 다르게 경쟁자인 웨이브와 티빙은 여전히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국내 2위 업체 웨이브는 MAU가 지난 2월 331만명대에서 지난 3월과 지난달 연속으로 370만명대로 늘었다. 3위 티빙도 지난 3월 327만명대, 지난달 293만명대로 지난 2월 276만명대에서 소폭 증가했다.

경쟁자들은 이 기세를 몰아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확보해 점유율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마다 콘텐츠 색깔이나 타깃 고객층이 각자 다르다”라며 “좋은 콘텐츠가 나올수록 그만큼 찾는 사람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라고 했다.

웨이브는 콘텐츠 제작과 확보에 애초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투자 규모를 2025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했다. 드라마 ‘미생’ ‘도깨비’ ‘비밀의 숲’의 이찬호 전 스튜디오드래곤 책임 프로듀서(PD)를 콘텐츠전략본부장(CCO)으로 영입했다.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 ‘모범택시’ 등 지상파 드라마를 독점 공급하는 한편,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도 올해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티빙도 2023년까지 콘텐츠에 4000억원을 투자한다. tvN본부장 등을 지낸 이명한 CJ ENM IP운영본부장을 지난 3월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나영석 PD가 연출한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를 포함해 ‘여고추리반’ ‘백종원의 사계’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등 연내 2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KT로부터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시즌은 2023년까지 4000억원, 쿠팡플레이도 연내 1000억원 정도를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 마블 캐릭터.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디즈니+는 지난 3월부터 국내 웨이브, 시즌 등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며 국내 진출 초읽기에 들어갔다. 디즈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스타워즈 시리즈, 아바타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포함해 오리지널 콘텐츠만 8000여편을 보유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계획 중인 글로벌 투자 규모는 2024년까지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다.

지난 3월 첫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제작 계획을 발표한 애플TV플러스에 이어, 영화 ’007 시리즈’ ‘터미네이터’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제작사 메트로 골드윈 마이어(MGM) 인수를 추진 중인 아마존프라임, 최근 미국 최대 통신사 AT&T가 합병하기로 한 디스커버리, 워너 브라더스 영화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갖고 있는 HBO맥스도 줄줄이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도 국내 투자 규모를 지난해 3300억원에서 올해 5600억원으로 키운다. 넷플릭스는 “10년간 순탄하게 성장해왔으며 지금은 약간 흔들리는 것”이라며 ‘위쳐’ ‘종이의 집’ 등 인기 콘텐츠의 새 시즌을 올해 하반기에 공개함으로써 실적 회복을 노린다. 넷플릭스는 최근 ‘베놈’ ‘스파이더맨’ 등을 갖고 있는 할리우드 제작사 소니픽처스와 독점 계약해 내년부터 5년간 영화를 독점 공급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