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웍스 대전캠퍼스 전경. /조선DB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LX홀딩스로의 편입이 예정된 국내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실리콘웍스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의 수요가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급격하게 늘어나 가격이 뛰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는 올해 1분기 매출 4050억원, 영업이익 600억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90%, 영업이익은 412% 증가했다. 실리콘웍스는 오는 14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실리콘웍스의 1분기 실적은 증권사 전망치와 비교해 예상을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급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실리콘웍스의 1분기 실적을 매출 352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으로 예측했다.

실리콘웍스는 지난 1999년 LG반도체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와 합병 했을 당시 연구원들이 나와 설립한 회사로, 지난 2014년 LG가 인수했다. 주로 스마트폰과 TV 등에 들어가는 DDI를 설계해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전체 매출의 86%를 DDI가 책임졌다. DDI 분야에서 실리콘웍스는 삼성전자, 대만 노바텍에 이은 글로벌 3위 기업이기도 하다.

손보익 실리콘웍스 사장. /실리콘웍스 제공

실리콘웍스의 1분기 호실적은 주력 제품인 DDI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복 소비 영향으로 TV・노트북・PC 모니터・태블릿PC 등 DDI가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수요는 늘어났지만 공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며 DDI 품귀 현상이 나타났고, 가격은 오를대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DI의 평균 판매가격(ASP)은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상승했다.

실리콘웍스가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실적 증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실리콘웍스 매출의 80%는 같은 그룹 내의 LG디스플레이에서 나왔는데, 지난달부터는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도 DDI를 납품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실리콘웍스가 지난 1일 구본준 LG 고문이 이끄는 LX홀딩스 계열사에 편입돼, 앞으로 매출 다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의존도를 줄이고 매출처를 늘려야 한다는 구 회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실리콘웍스의 스마트폰용 DDI가 올 하반기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기로 결정되면서 향후 삼성에 대한 공급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한편, 실리콘웍스는 향후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PMIC)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사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반도체보다 더 높은 전압과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 차세대 전기차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전력을 제어하는 MCU 역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