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그루우 귄휘광(왼쪽) 대표와 강동희 CTO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식물 구매는 물론 생육까지 아우르는 앱이 될 것입니다. 이용자도 반려식물 집사부터 대형 건물의 기업까지 넓혀갈 생각입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사무실에서 만난 권휘광 그루우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루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식물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집에서 기르고 있는 식물의 사진을 찍으면 AI 진단을 통해 식물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60만명이 그루우를 이용했다. 지난 3월부터는 앱에서 화분부터 식물, 흙, 장식까지 원하는 대로 직접 선택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그루우가 화훼·원예 시장에서 일종의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권 대표는 “사전적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쳤던 다른 식물 관련 앱과 달리 그루우는 생육 방법까지 퍼스널하게 알려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직장동료 2명이 시작한 그루우는 서비스 출시 한 달 만인 작년 4월 본앤젤스 벤처파트너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 지난 5월엔 구글의 국내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 ‘창구’ 등에 잇따라 선정돼 약 1년 동안 15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1990년생인 권 대표는 홍익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하고 콴다(Qanda)를 만든 메스프레소에서 일했다. 콴다는 모르는 수학 문제를 촬영해 앱에 올리면 AI가 분석해 풀이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권 대표는 “메스프레소에서 일하면서 AI 기술을 활용한 앱이 교육 불평등을 해결해주고, 이 과정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했다. 부모가 사과농장을 운영하며 각종 병해 때문에 고생해 온 모습을 보고 자란 권 대표는 AI가 농민들이 좀 더 수월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농업에도 첨단 기술이 적용될 수 있지만, 당장 스마트팜에 엄청난 자본이 투입돼 일반 농민 대부분이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모르는 문제를 찍어 AI에게 해결책을 얻는 것처럼, 농민들이 질병을 앓는 식물을 촬영해 AI에게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앱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노지재배작물용으로 기획된 앱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반려식물용으로 바뀌었다.

'비스포크 스토어(왼쪽)'와 사진으로 식물의 질병을 진단해주는 'AI 진단' 서비스. / 그루우 캡처

권 대표는 “스타트업은 일정한 비즈니스 모델로 돌아가야 수익이 나야 하는데, 노지재배작물용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한 식물카페에서 잎이 노랗게 변한 식물을 들고 온 고객이 원인과 치료법을 사장한테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 농민 뿐 아니라 일반인도 식물을 키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했다. 한집에 한그루씩 쉽게 키우게 하자는 의미를 담아 앱과 회사 이름도 ‘그루’의 조선시대 표기법에서 따와 지었다.

앱의 콘셉트를 잡은 메스프레소에서 함께 일했던 강동희 그루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데이터 수집에 들어갔다. AI의 데이터는 국내외 문헌, 연구자료 등을 종합해 생육 환경의 중간값을 구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예컨대 산세베리아 적정 온도에 대해 A문헌은 20~30℃, B문헌은 25~35℃의 온도를 권유한다면 그루우는 중간점을 찾아 데이터화시킨 것이다. 유통가능한 식물 1000여종을 중심으로 생육 환경 데이터베이스(DB)를 갖추는 작업에만 3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용자들의 참여로 그루우의 데이터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그루우가 데이터를 확보한 식물 종만 2만종에 달한다. 전체 식물 데이터의 약 30%가 이용자들이 제공한 것이라고 권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워낙 식물 종류가 많다보니 그루우에 등록이 안된 식물도 있는데, 이용자들이 특정 식물에 대해 정보를 입력하도록 했다”면서 “이 서비스를 확장해 다음 달에는 특정 식물에 대한 정보 출처가 누구인지 표시하고, 이용자들이 참여해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루우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루우의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5만명이다. 비스포크 서비스 출시와 함께 수익도 내고 있다. 비스포크 스토어는 식물과 화분의 종류, 흙배합 등을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그루우가 완성해 배송해주는 ‘오더메이드’ 서비스다. 그루우는 식물 배송 뿐 아니라 일대일 전담 가드너를 지정해 생육까지 책임진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그루우 귄휘광(왼쪽) 대표와 강동희 CTO가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권 대표는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니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의 95%가 상태가 안 좋은 식물이 올까봐 온라인으로 식물을 구매하길 꺼려했다”면서 “그루우의 검증을 거친 판매자들에게 오더메이드 방식으로 상품을 가져와 판매하고 있다”라고 했다. 비스포크 스토어는 그루우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그루우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동네 꽃집에서 오더메이드한 식물을 찾아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그루우는 올해 하반기에도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AI 식물병원’과 ‘AR 플랜테리어 서비스’다. 권 대표는 “AI 식물병원은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AI 식물진단보다 한단계 나아가, 전문 가드너가 식물 치료법에 대해 상담해주는 챗서비스가 추가된다”면서 “스토어 이용자들의 편리한 구매를 돕고자 증강현실(AR)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용자들이 식물 구매 전 식물의 크기와 배치 등을 A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루우의 다음 목적지는 B2B(기업간거래)다. 권 대표는 “AR 플랜테리어가 자리잡히면 인테리어 회사나 실내외 조경에 신경 쓰는 기업도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기업들이 어떤 식물이 회사에 어울릴지, 각 식물의 단가는 어떤지 등을 그루우 앱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그루우는 화훼·원예 시장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