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 X(엑스·옛 트위터)가 월 정액요금 형태의 유료화 방안을 검토한다. 엑스가 지난해 블루배지 인증제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다른 SNS들이 유료서비스를 속속 도입했던 만큼, X의 전면 유료화가 실현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손민균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엑스 대주주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담을 갖고 “거대한 봇(bot·게시물 자동 생성 프로그램) 집단과 맞서기 위해 소액의 월 정액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화 카드를 꺼낸 이유는 수익성 제고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의 월간 사용자 수가 현재 5억5000만명이고, 하루에 1억~2억개의 게시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서버 운영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엑스의 전면 유료화를 위한 새로운 요금제를 언제, 얼마에 제공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엑스는 유료화에 가장 먼저 나섰던 SNS다. 엑스는 트위터 시절인 작년 말 유료 구독서비스인 ‘트위터 블루(현 X 프리미엄)’를 내놓았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발급했던 ‘블루배지’를 일반인에게 확대하는 것으로, 한 달에 8달러(약 1만원)을 내면 계정에 ‘인증됐다’는 뜻의 파란색 체크 표시를 할 수 있다. 계정 주인이 기업인 경우 ‘골드체크’, 정부 기관이면 ‘그레이체크’가 부여된다.

지난 달엔 12년간 무료로 제공되던 엑스 내 서비스가 유료화됐다. 엑스는 이용자들이 여러 개의 타임라인과 알림 창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인 ‘트윗덱(TweetDeck)’을 유료화하기 시작했다. ‘엑스 프로(X Pro)’로 이름이 바뀐 트윗덱은 트위터 기반 서비스로, 이용자가 동시에 여러 개의 타임라인과 알림 창, 단어, 해시태그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트위터는 지난 2011년 이 앱을 인수 통합한 이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엑스에서 시작된 유료화 물결은 다른 SNS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메타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미국, 영국과 캐나다, 인도와 브라질에서 한 달에 약 12달러를 받는 유료 인증제 ‘메타 베리파이드’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최근엔 유럽에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유료 버전 출시를 검토 중이다. 메타 베리파이드는 SNS 화면 곳곳에 붙어 있는 광고를 없애는 대신 일정 비용을 이용자에게 부과하는 서비스다. 스냅도 작년 6월 SNS 플랫폼 스냅챗에 월 3.99달러의 유료 서비스인 ‘스냅챗플러스’를 도입했다.

글로벌 SNS 기업들에게 유료 서비스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페이스북과 엑스의 경우 총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럽 등의 광고 규제 강화로 한계에 봉착했다. 머스크는 지난 달 엑스를 통해 특정 비교 시점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엑스의 광고 수입이 50%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유료 구독자가 얼마나 늘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당장 엑스의 유료화 서비스 검토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선 “엑스의 대체재가 많은 상황에서 돈을 내면서까지 엑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엑스와 형식이 비슷한 스레드, 블루스카이, 마스토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올 1월 기준 엑스 프리미엄을 이용하는 사람은 30만명으로, 전체 엑스 이용자(2억3000만명)의 0.13%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NS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는 데 익숙해졌고, 플랫폼들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광고를 제공해왔다”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엑스가 단순히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에도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모든 SNS 사용자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것은 플랫폼 업계에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