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툴젠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있다./변지희 기자

난치병 정복의 열쇠로 각광받는 유전자 가위가 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국내 업체 툴젠이 주목받고 있다. 툴젠은 지난 20년간 1세대 유전자 가위 ‘징크핑거(ZFN)’, 2세대 ‘탈렌(TALEN)’, 3세대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을 개발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크리스퍼-카스9을 이용해 진핵 세포(핵이 있는 세포)의 유전자 교정을 할 수 있는 원천특허를 갖고 있다.

유전자 편집은 유전자 서열 중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부위를 유전자 가위로 잘라낸 뒤, 정상 유전자 서열로 재조합해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유전자 가위로 쓰이는 효소 단백질인 카스9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80개 이상의 방법이 연구 중이다.

김영호 툴젠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2022′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카스9보다 표적을 정확하게 자르도록 만든 ‘스나이퍼(Sniper)-카스9′과, 세포에 더 잘 침투하도록 크기를 반으로 줄인 ‘CJ-카스9′을 개발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도 진행중”이라고 했다. 스나이퍼-카스9과 CJ-카스9은 툴젠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단백질 효소다. 김 대표는 “특히 스나이퍼-카스9은 안정성과도 직결된다”며 “유전자를 자르는 단백질 효소가 표적과 유사한 다른 부분을 잘못 인식하지 않도록 개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툴젠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습식 황반변성 치료제와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습식 황반변성 치료제는 CJ-카스9을 기반으로, 샤르코-마리-투스는 오리지널 카스9을 기반으로 개발중이다”라며 “샤르코 마리-투스는 향후 스나이퍼-카스9을 활용해서도 치료제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카스9을 활용해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를 연구하던 중 스나이퍼-카스9을 개발했는데, 개발 방향을 갑자기 바꾸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개발 단계는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가 다소 앞서 있다.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는 임상승인계획(IND) 신청을 위한 준비 단계에 있고, 습식 황반변성 치료제는 영장류 실험 단계에 있다는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두 치료제 모두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4년에는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하는게 목표다.

현재 툴젠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서울대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분자유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툴젠이 설립된 후 2001년 합류해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핑거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2002년부터는 메디프론에서 저분자 약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만드는 것을 이끌다가 2020년 6월 툴젠 대표에 취임했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목표가 세 가지였다고 했다. 그는 “첫 번째 목표는 코스닥 상장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이 목표는 잘 마무리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목표는 CVC그룹, 브로드연구소와의 특허 저촉심사에서 이기는 것, 세 번째는 개발중인 치료제들이 임상에 진입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이 목표들도 곧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 설명

툴젠은 크리스퍼-카스9 특허와 관련해 미국에서 CVC그룹, 브로드연구소와 저촉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툴젠과 CVC그룹, 툴젠과 브로드연구소, CVC와 브로드연구소 간 3파전이다.

툴젠은 2012년 10월 특허를 냈고, 당시 미국은 실제 발명일을 기준으로 특허의 선후관계를 정하는 ‘선발명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특허 출원 시기만 놓고 보면 CVC그룹(2012년 5월)이 가장 빠르고 그 다음이 툴젠, 마지막이 브로드연구소(2012년 12월)다.

하지만 미국 특허심판원(PTAP)은 현재까진 툴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CVC그룹은 원핵세포(핵이 없는 원시적인 형태의 세포)에 유전자가위를 적용하는 시스템을 출원했던 반면, 툴젠은 진핵세포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브로드연구소도 진핵세포에 유전자가위를 적용하는 것이었지만 툴젠보다는 시기적으로 뒤쳐졌다.

이에 PTAB은 1차 저촉심사에서 툴젠에 시니어파티(Senior Party) 지위를 부여했다. 출원일이 객관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이다. 주니어파티(Junior Party)인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는 자신의 발명일이 시니어파티보다 빠르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 2차 저촉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당시 CVC 그룹은 진핵세포에서 유전자 교정을 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었다”며 “이 때문에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간 저촉심사에서도 CVC그룹이 지고 있다”고 했다. 툴젠이 CVC그룹을 상대로 하는 저촉심사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툴젠은 브로드연구소보다 먼저 특허를 출원했고 내용도 거의 동일하다”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