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이덕훈 기자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국내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임상에서 렉라자의 효과가 입증돼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쓰이면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하고 공동 개발하는 비소폐암 3세대 표적 치료제다.

국내에서 렉라자는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를 받고, 같은 해 7월 기존 약을 쓰다가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쓰는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아 시판에 들어갔다. 유한양행은 기존 약과 대비해 우월성을 검증하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2 바이오인터내셔널 컨벤션’에서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화만 되면) 연 3000억원 시장은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렉라자와 같은 표적 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 비교하면 약값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오 소장은 렉라자의 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을 찾아내 얀센과 공동개발을 끌어낸 인물이다. 하지만 렉라자보다 먼저 개발된 3세대 비소폐암 표적 항암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3년째 1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시도에서 실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소장은 “타그리소가 기본적인 효과는 좋았는데, 생존율 자체는 크게 차이가 안 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임상 결과를 보면 타그리소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 효과가 덜하다는 연구가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타그리소보다 렉라자가 먼저 1차 치료제로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있을까. 올해 연말로 예정된 렉라자 국내 임상 3상이 잘 나와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분석이다. 오 소장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다. 그는 “임상 3상 환자 모집은 빠르게 됐는데, 임상 기간이 늘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이 말은 약을 복용하는 암환자들이 약을 먹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고, 이는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라며 “약의 효과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신호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임상 결과는 더 좋게 나올 수 있단 뜻이다.

그는 항암제의 효과를 측정하는 환자의 생존 기간과 관련해 “타그리소가 19개월이 나왔는데, (렉라자의 생존 기간이) 20개월만 좀 넘게 나온다면, (1차 치료제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렉라자가 주목받는 것은 폐암 환자의 돌연변이 내성에 강한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국내 폐암 환자 대부분은 비소세포 폐암을 앓고 있다. 이들 가운데 EGFR(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변이를 가진 환자는 절반이 1·2세대 표적 치료제로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들에게 사용 가능한 것이 바로 3세대 치료제다. 렉라자는 특히 뇌혈관 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뇌 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과 내약성을 보였다고 한다. 얀센은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인 다국가 임상 3상 시험을 개시했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오 소장은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토종 국내파’로 JW중외제약을 거쳐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까지 올랐다. 그는 유한양행이 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이끈 인물로 통한다.

유한양행은 지난 8년간 45개 회사에 약 5000억원을 투자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3년간 5건의 기술 수출에 성공하며 신약 개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거둬들인 기술료만 2300억원이 넘는다.

유한양행은 올해 미국법인인 유한USA 세우고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명실상부한 중심지로 통한다. 오 소장은 “미국에 한국 바이오텍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과 미국은 떨어져 있으니, 똑같은 기술력이 있어도 (국내 회사는)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