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인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모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의 필요성이 커지자 윤석열 정부가 오는 2023년까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백신 치료제 등 보건 안보 기술 육성을 위한 한국판 아르파헬스(ARPA-H)를 만들기로 했다.

ARPA-H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구축한 바이오헬스 연구 기관으로, 초기 연구 개발(R&D) 프로젝트에 65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처럼 한국판 바이오헬스 초기 연구 개발 전담기구를 만들어 바이오를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겨 ARPA-H 구축을 전담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바이오헬스 메가펀드와 ARPA-H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적은 있지만, 규모와 시기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 캡처

13일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분야는 25번째 국정과제로 제시됐다. 인수위가 지난달 작성한 이 문건에는 현 정부의 110개 국정과제에 대한 개요·세부내용·연차별 이행계획·입법계획이 담겨 있다. 정부는 이 문건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는 자료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헬스 육성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선 후보 시절 “바이오헬스 한류 시대를 열고, 백신 치료제 강국 되겠다” “백신 주권 확립으로 국민 생명 건강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유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공약 실현을 위해 ▲제약바이오 강국 달성 ▲글로벌 바이오 허브 도약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바이오·디지털 헬스 구축으로 규제과학 혁신 ▲혁신하는 품질안전관리체계 전환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복지부는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혁신신약 개발 지원을 위한 1조원 규모의 글로벌 메가펀드를 조성하고, 바이오의약품 원천기술 개발 및 생산체계 지원 등을 하기로 했다. 특히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고,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는 보건 안보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한국형 ARPA-H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 ARPA-H는 알츠하이머, 당뇨, 암 같은 질병에 대응하는 획기적인 바이오헬스 기술을 개발하는 정부 연구 조직으로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지원이 특징이다. 3년 예산이 8조원에 이른다. 키메라항원수용체-T(CAR-T) 항암제 생산 단가를 1/100로 낮춘 것이 ARPA-H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복지부는 한국판 ARPA-H를 만들기 위해 현재 질병관리청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NIH)을 복지부 소속기관으로 개편하는 등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형 ARPA-H를 지원하고 활용하는 중심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보건기수(WHO) 바이오 인력을 양성하는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를 설립하고, 글로벌 연구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올해 열리는 세계 바이오 서밋을 통해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등 국제기구와 백신 개발 생산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또 오는 2023년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법을 제정해 의료기관 등에 분산된 개인 건강 기록을 통합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헬스케어 서비스에 새로운 보상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와 개인 건강정보 등 개인정보 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동네 병원에 대해서는 개인 의료데이터 관리, 비대면 진료로 디지털 전환을 돕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