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감염병 등급 하향 등 전면적인 방역 조치 완화를 검토하며 ‘포스트 오미크론’ 체제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루 사망자가 200~300명씩 발생하는 만큼, 아직 일상 회복을 기대할 시점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정부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 오미크론 이후 일상 회복 준비하는 정부

지난 7일 오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백브리핑에서 고재영 질병청 대변인은 최근 유행 상황에 대해 “(확산세가) 최대 정점을 지나 완만한 감소세에 들어섰다”며 “지금은 방역 강화보다는 사회 체계 안에서 일상 회복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체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17일까지 유지하기로 한 현행 거리두기 체제(사적 모임 10인, 영업시간 밤 12시)를 18일부터 완전히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확진자 의무 격리 기간 단축(7일→5일),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1급→2급)도 고민 중이다.

앞서 지난 1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우리나라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한 데 이어, 5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이 코로나19를 풍토병 수준으로 낮추는 선도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사망자 숫자를 보면 일상 회복을 논하기엔 지나치게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정부가 내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는 시스템상 누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영국 의학저널 란셋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코로나19 사망자는 전 세계 각국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3배 이상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계하는 사망자 수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영국 등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진 후 4주 안에 사망할 경우, 교통사고 등 특수한 경우 이외엔 전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으로 집계한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19로 사망했는지 여부가 전적으로 의사 판단에 달려있다.

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시립서북병원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방역 더 풀면 의료체계 못 버틴다”

통계청에 따르면 델타 변이가 유행했던 지난해 12월 국내 사망자 수는 3만1634명이었는데, 이는 2020년 이전 5년 평균(2만6464명)보다 5170명 많았다. 12월 코로나19 사망자 수인 1967명를 제외해도 3203명이 많은 숫자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에 걸렸지만 확진 판정을 받기도 전에 증상 악화로 숨지거나, 확진자 수 폭증에 따른 의료 과부하로 수술 등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사망한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 완화를 잠시 멈추고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손장욱 고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완화로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면서 감소세가 지금보다 더 길어진다면 일선 의료진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장에선 코로나 환자는 물론 코로나와 무관한 일반 환자들 치료에도 문제가 생기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대응 역량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진단도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확진자 수는 감소세지만 사망자 수는 300명대 중반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이미 의료 역량이 한계에 다다른 탓에 코로나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오미크론, 일상 회복을 계속 언급하며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