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구급대원들과 의료진들이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30만명을 넘으며 확산세가 정점 구간에 돌입하자 중환자 증가세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 지표를 봤을 때 여유 있는 상태라지만, 의료진 감염으로 인해 돌볼 인력이 부족한 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 상황이다.

병상의 물리적 확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송체계와 병상 배정시스템 개편 등 인적 운영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중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먹는(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조기 투여 등을 강조했다.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 따른 일일 확진자 수, 재원 중 위중증 환자 수 추이를 예측한 그래프. /정재훈 교수 페이스북 캡처

◇ 이틀째 30만 신규 확진자…유행 정점 돌입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2만7549명이다. 전날(34만2446명)보다 1만4897명 줄었으나 이틀 연속 30만명대를 기록하며 확산세는 정점 단계에 들어섰다. 앞서 방역 당국은 정점에서의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 35만명 규모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앞으로 약 2주간 정점에 머무른 뒤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이 공개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 예측 모형에 따르면 확진자 수는 오는 14일 전후로 최고점을 찍고 3월 말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이후 본격적으로 감소한다. 정 교수는 “유행이 정점을 벗어나 감소세로 전환할 때까지 당분간 3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매일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비례해 중환자 수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이날 0시 기준 입원 중 위중증 환자 수는 1113명으로 역대 최다 수치인 1151명(지난해 12월 28일)에 근접했다. 이번주 주간 일평균 입원 중 위중증 환자 수는 1040명으로 전주(761명)보다 279명 늘었다.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서 해당 수치가 200명 넘게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월 2주차부터 3월 2주차까지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수는 232명→367명→655명→819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을 근거로 여유가 있다고 본다. 현재 가동률은 61.1%(2733개 중 1670개)로, 1000개 이상 남아있다. 확보한 병상은 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사용 가능하도록 준비돼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병상의 수치만 보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최근 모든 병원이 의료진 감염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환자를 돌볼 인력은 오히려 델타 유행 시기보다도 줄었다고 봐야 한다”며 “2700개 넘는 중환자 병상을 모두 관리하기엔 현장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 감염병 전문가 “3월 말, 4월 초에 최대 위기”

전문가들은 3월 중순쯤 확진자 수가 최고점에 도달하면 2~3주 후인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중환자·사망자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정부가 그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환자 발생을 최대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확진자가 중환자·사망자로 상태가 악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3월 말에서 4월 초가 국내 코로나19 유행에 있어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그 때까지 정부가 확보한 중환자 병상을 남김 없이 쓰려면 병상 배정과 환자 이송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인력을 쥐어 짜내서라도 최대한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때 약 처방을 해 중환자 발생률을 줄이는 것이 병상효율화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팍스로비드 조기 투여로 중환자 발생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상 효율화라는 건 결국 조기에 치료를 해서 중환자 초기 발생률을 줄이는 것”이라며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의 적기 투여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만해도 팍스로비드를 자체적으로 처방할 수 있게 됐지만 각종 제한 사항이 너무 많아 약을 쓰고 싶어도 못 쓰고 있다”며 “환자가 복용을 원하거나 의사가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에 곧바로 처방과 투약이 이뤄질 수 있게 정부가 처방 요건을 완화해 최대한 빨리 재고를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정신병원, 재활의료기관에서 먹는 치료제를 자체적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전날에는 팍스로비드 4만5000명분이 추가 도입됐다. 현재까지 총 16만3000명분의 먹는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처방 건수는 3만 건도 되지 않는다. 처방 대상이 ▲60세 이상 고령층 ▲면역저하자 ▲40대 이상 기저질환자 등으로 매우 좁기 때문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로나19 의료대응을 위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모든 병원이 코로나 환자 치료해야”

현재 정부는 소수의 감염병전담병원뿐만 아니라 일반 병원에서도 코로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의료계에 요청한 상태다. 병상 운영에 여유가 있다고 했지만 중환자 수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일부 병원들만 코로나19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제한했던 조치를 뒤늦게 거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 간담회에서 “이제 병원 의료진 전체가 오미크론 환자 치료를 위해 나서야 할 때다”라며 “지정된 코로나19 음압병실에서만 오미크론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