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의원에서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재택치료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화홍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새로운 코로나19 진단 체계를 전국에 확대 시행한 3일, 설 연휴를 마치고 폭증한 검사 수요와 정부의 준비 부족이 겹치면서 서울 등 수도권 동네 병·의원에서는 온종일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 진단 참여 동네 의원 명단은 오후에야 공개됐고, 일선 병·의원 대기실은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검사와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뒤섞여 북새통이 됐다.

정부는 이날부터 전국의 동네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오전이 다 가도록 검사 가능한 병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명단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 것은 낮 12시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정부는 당초 전국 343곳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처음 공지에 올라온 병원은 181곳 뿐이었다. 정부는 오후 2시 쯤 208곳으로 늘어난 명단을 올렸지만 이 역시 당초 약속한 숫자에 비해선 턱없이 적은 숫자였다.

여기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는 심평원 홈페이지는 접속이 힘들고 오류가 났다. 호흡기전담클리닉 명단을 올린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도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명단을 확인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 받는 방법 아시느냐’는 문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일선 병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웠다. 이날 서울 중구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오전부터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너무 많이 왔다”며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얘기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명단을 보면 서울 중구 일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코로나19 진료체계 전환으로 동네병원에서도 검사·치료를 할 수 있게 된 3일 오후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 검사 의료기관을 확인하고 간 시민들이 헛걸음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에게 7만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고 안내해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은 “오늘부터 5000원만 내면 동네 병원에서 검사할 수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 왔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냐”라고 말했다.

의료진들은 “아직 정부로부터 진단 참여 여부에 대해 확답을 받지 못했다”며 “건강보험을 적용 받는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 한 의원에서는 병원에 아예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없어서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도 있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343곳은 신청한 의원 전부를 명단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신청 후 참여 여부를 통보 받지 않은 곳이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환자 검사를 해 온 호흡기전담클리닉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부터 신속항원검사에 들어간 호흡기전담클리닉 391곳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동안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는 PCR(유전자증폭)검사만 해 왔다.

서울의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선 일반 진료를 받을 사람과, 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기다리는 20여명이 대기자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한 의료진은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한 첫날인데, 양성율이 꽤 높게 나온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역대 처음으로 2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연합뉴스

선별진료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 선별진료소는 영하 8도에 이르는 추운 날씨에도 오전 10시에 검사를 받으려고 사람들이 밀려 들어 주변 지하도까지 줄을 섰다.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자신이 받을 검사가 무엇인지,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줄이 그 검사에 맞는 줄인지 알지도 못하고 줄을 섰다.

설 연휴를 함께 보낸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자로 분류돼 검사소를 찾은 윤모씨는 신속항원검사 대기 줄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고 한다.

윤씨는 1시간 넘게 기다려 선별진료소 천막 안에 들어 와서야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아, 다시 줄을 섰다. 윤씨는 “검사 종류가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한 곳만 서 있으면 적어도 현장 요원들이 동선을 나눠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오미크론 확산세에 설 연휴로 발목잡혀

정부는 지난달 26일 전국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코로나19 검사·치료를 하는 새로운 진단검사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의료기관에는 설 연휴를 준비 기간으로 삼도록 지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일반 환자의 동선 분리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설 연휴에 발목이 잡혔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연휴 직후 일반환자 진료 수요가 늘다 보니 곧바로 코로나19 검사진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히)는 의료기관 수가 당초보다 줄었다”며 “동선 관리와 방역기준, 폐기물 처리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해 며칠 여유를 두고 시행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연휴가 맞물려서 검사키트 배송이 늦어지는 문제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다만 이 정책관은 “처음에는 참여 기관이 많지 않겠지만 경험이 늘어나면 시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명단에 공개된 병·의원은 200여곳이지만, 참여를 신청한 곳은 1018개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