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위탁생산(CMO)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AZ)와 코로나19 백신 항체 치료제·면역항암제 위탁생산 계약도 확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일 “위탁 생산 중인 모더나의 mRNA 백신 ‘스파이크박스주’가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모더나와 코로나 백신 완제품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 체결 후 5개월 만인 지난 10월 긴급 사용승인을 받고 초도 물량을 국내용으로 출하했다.

이후 모더나 한국 지사인 모더나코리아는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백신을 ‘스파이크박스주’라는 제품명으로 식약처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한 달 여 만에 품목 허가가 나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이 생산한 모더나 백신이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이 가능해져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은 필리핀(11월 26일) 과 콜롬비아(12월 2일) 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mRNA 전문기업 미국 보스턴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와 코로나19 mRNA 백신 원료 의약품(DS) 위탁생산 계약도 수주했다. 현재 모더나 백신은 원료 의약품을 공급받아 병에 채우는 최종 병입(DP) 공정만 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원료 의약품(DS)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AZD7442(성분명 틱사게비맙·실가비맙)’ 위탁생산을 확정하고, 내년부터는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를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지난해 9월 체결한 위탁생산 계약을 확대한 것이다. 계약 규모는 종전 3억3100만달러(약 3910억원)에서 3억8000만달러(약 4490억원)으로 4900만달러(약 580억원) 늘었다.

AZD7442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물질로 장기 지속형 항체 제제 두 가지의 복합제다. 아직 국내 허가는 받지 않았으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고, 프랑스 이탈리아 바레인 등에서도 사용 승인을 받았다.

지난 10월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이 출하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성과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생산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생산기술 이전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고, 이번에 식약처 정식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해외 수출도 가능해 져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바이오는 삼성의 대표적인 신성장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모더나 백신 생산을 물밑에서 챙겼고, 지난달 5년 만에 나선 미국 출장에서 모더나 경영진을 직접 만나 코로나19 백신 공조 및 향후 추가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바이오 분야에서 위탁생산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백신, 의약품 생산이 반도체와 더불어 삼성의 주요 사업 분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를 쓴 것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신화를 쓸 것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재 생산능력은 1~3공장을 합쳐 36만4000ℓ 규모이며, 곧 완공되는 4공장(25만6000ℓ)까지 합치면 총 62만ℓ에 달한다. 이는 스위스 론자나 독일 베링거링겔하임 등 세계적 CDMO업체를 압도하는 최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에도 공격적 투자를 통해 5공장과 6공장을 건설하고, 바이오 의약품 외에 백신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새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한국 정부와 모더나의 신속한 대응과 긴밀한 협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제품이 국내 첫 mRNA 백신 품목허가를 받게 됐다”며 “이번 식약처 품목허가는 또 하나의 의미있는 이정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백신 공급을 위해 정부 및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