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에서 시민들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을 앞두고 코로나19에 독감까지 유행하는 ‘트윈데믹(비슷한 두 개 질환 동시 유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달 말 국민 7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서 확진자 감소세가 소폭 꺾인다고 하더라도, 독감 유행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는 고위험군을 포함한 일반인들도 되도록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16일 방역 당국과 감염병 전문가에 따르면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증가로 여행·외출 등의 외부 활동이 일정 부분 정상화하면서 독감이 예년처럼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루엔자 감염이 원인인 독감은 일반 감기와는 다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인 독감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이 아니라 감염 시 만성 기저질환의 악화, 폐렴, 심혈관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해 입원 및 사망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전신 질환이다.

지난해 독감 시즌에는 마스크 착용 생활화와 방역 수칙 준수로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호흡기 환자가 감소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에 대한 민감성,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 발생 우려 및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올해 독감 유행은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미국에서는 인플루엔자가 유행하지 않은 계절 다음 시즌에 더 심각한 인플루엔자 유행이 발생한 적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인플루엔자에 민감성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남은 채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므로 조기에 심각한 유행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루엔자 감염은 폐렴 발생 위험을 최대 100배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이와 함께 만성질환자는 연령에 관계없이 중증 인플루엔자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보고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천식,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독감에 의한 합병증 발생 위험뿐 아니라 기저질환의 급성 악화로 인한 중증 합병증, 입원 및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 이 가운데 50~64세 성인은 인플루엔자 합병증 발생의 고위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백신 우선 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대한보건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50~64세 연령 만성질환자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40%대로 낮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독감 유행까지 발생할 경우, 두 질환을 구분하기 어렵다. 이 두 질환은 고열, 기침, 두통, 오한 등 일부 증상이 비슷하다. 후각과 미각의 상실은 코로나19만의 고유한 증상이다. 독감이 발병하더라도 고열에 시달리거나 코가 막히면 냄새나 맛에 둔감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환자가 병원으로 몰리게 되면 제때 치료받지 못하게 될 우려도 있다. 코로나19 의심 증세나 독감 의심 증세가 나타날 경우, 검사를 해야 확실한 병명을 구분할 수 있다.

전문가는 오는 12월 독감 유행을 대비해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권유한다. 독감은 보통 12월에서 이듬해 3~4월까지 유행하기 때문에 예방접종 후 방어항체를 만들어내는 시간을 고려하면 10월 또는 11월에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국내의 경우 트윈데믹 상황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독감도 동시에 유행할 수 있어 대비는 필요하다”면서 “고위험군은 반드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독감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고위험군을 제외한 일반인도 12월에 한 번 유행하고 3~4월 한 번 더 유행할 것을 대비해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고위험군에 대한 무료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만 75세 이상은 지난 12일부터, 만 70세부터 만 74세 이하는 오는 18일부터, 만 65세부터 만 69세 이하는 오는 21일부터 지정 의료기관에서 접종할 수 있다. 지난 14일부터 13세 이하 어린이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이날 오후 8시부터 65세 이상은 나이와 상관없이 독감 예방접종 사전예약을 할 수 있다.

병·의원에선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의료기관별로 접종 가능 인원이 제한될 수 있어 사전에 접종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방문 시 무료예방접종 대상 여부 확인을 위한 신분증(어린이는 국민건강보험증 등 필요)을 지참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동네 병·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이뤄진다. 의료기관은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nip.kdca.go.kr) 등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