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브카시의 패트리엇 칸드라바가 스타디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소에서 14일(현지시간) 마스크와 얼굴가리개를 착용한 한 남성이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한 국가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중국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우리 정부가 다음달부터 실시하는 백신 접종자 자가격리 면제 조치에서 중국 백신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4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몽골, 바레인, 세이셸, 칠레 등 중국산 백신인 ‘시노팜’과 ‘시노백’을 접종한 국가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1회 백신 접종률은 61~71%, 2차 접종까지 마친 국민 비율도 50~68%에 이른다. 세이셸과 바레인, 몽골은 시노팜을 접종했고, 칠레는 시노백을 맞았다.

그런데 이들 4개국은 지난주 신규 코로나19 확진 상위 10개국에 포함됐다. 몽골에서는 지난 20일 신규 감염자 2400명이 발생했고, 세이셸은 인구 100만명당 감염자 수가 716명을 기록했다. 칠레에서는 6월 들어 하루 확진자 숫자가 5000~7000명에 이른다.

바레인은 지난달 31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가 3273명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칠레 보건당국에서는 자국 국민이 접종한 시노백의 예방 효능을 추가 분석해, 조만간 부스터샷을 접종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시노백 백신의 예방 효과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시노백 백신의 예방 효과는 브라질 임상에서 50.4%, 칠레 보건당국 분석에서는 67%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해외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 조치에서 중국산 백신 접종자는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백신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자가격리 없이 무차별적으로 입국할 경우 지역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다음달 부터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내외국인에 대해 국내 입국할 때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도록 했다. 면제 대상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승인한 백신 8종(화이자, 얀센,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시노팜, 시노백)으로 중국산 백신 시노팜과 시노백이 포함됐다.

우리 방역당국은 자가격리 면제 대상 백신에서 중국산 백신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중국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 접종하는 국가에서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정책 신뢰 측면에서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만) 자가격리 면제 조치를 철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윤 반장은 “격리면제 대상 백신에서 (중국산 백신을) 제외하는 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중국산 백신의 예방 효능을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산 백신에 대한 예방 효능은 자체 발표만 있을 뿐 국제 기준에 맞는 임상 3상을 거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노백과 시노팜은 예방 효능 등과 관련한 세부자료 공개를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다.

국가간 상호주의 원칙에서도 중국산 백신 접종자 자가격리 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백신 접종자가 국내 입국할 때 자가격리를 면제받지만,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때는 3주간 시설격리를 거쳐야 한다.

한편 중국산 백신 접종을 마친 중국 거주 교민들은 한국 방문 계획을 잡고 있다. 주중한국대사관은 지난 23일 홈페이지에 “오는 28일부터 백신 접종자들을 위한 자가격리 면제 신청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